'스우파 2(스트릿 우먼 파이터 2)'를 보다가 문득, 코레오그래퍼라는 직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메가 크루 미션이라는, 무려 100명의 댄서들을 단결시켜 어마어마한 무대를 선보인 크루 원밀리언에게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크루의 리더 리아킴에게 진심으로 ‘리스펙’을 느꼈다.
과연, 춤이란 진정한 종합예술이구나~실감했고, 그와 동시에 안무란 대체 어떻게 탄생하는 지 궁금해졌다.
급기야 리아킴이 쓴 에세이 <나의 까만 단발머리>까지 읽기에 이르렀다.
역시나 책에서 리아킴이 안무를 짜는 과정을 설명한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봤다. 한편으로는 번역가인 내가 번역을 하는 과정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신기했다.
안무 요청을 받는다. 노래 파일과 가사 파일을 받는다. 가사를 읽고 노래를 들어본다.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노래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간에 여기에 맞게 안무를 짜야한다.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가사 속 주인공이 되려고 노력한다. 귀여운 곡일 때는 귀여운 사람이 돼보고, 조금 심오한 곡일 때는 그런 사람이 돼보려고 한다. 먼저 노래 안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잡는다. 노래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은 누구일까 꼽아보는 것.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안무를 짜기 시작한다.
- <나의 까만 단발머리>(아르테, 2019) 중
리아킴은 곡을 받으면, 곡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고 한다. 영화 주인공을 연상하며 캐릭터를 안무에 녹여내기도 하는데, 트와이스의 'TT'를 작업할 때는 <레옹>의 마틸다를, 선미의 '가시나'를 작업할 때는 <블랙스완>을 떠올리며 만들었다고.
나 또한 번역할 작품을 맡으면, 가장 먼저 번역에 참고할 만한 책/영화/미드는 무엇일까 고민한다.
노인 에세이를 번역할 때는 소설 A Man Called Ove <오베라는 남자>를 짬짬이 읽으며 책 속 인물을 연구했고,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A Man Called Otto"<오토라는 남자>를 보며 톰 행크스가 연기한 오토의 말투를 면밀히 관찰하며 인물을 연구했다.
노인과 관련된 표현들—이를테면 old folk's home (양로원)등—은 물론, '노인의 말투'에 주목해 필요에 따라 메모를 해가며 시청했다.
'노인의 말투?' 음, 그러니까, 그냥 아무 노인이 아닌, 약간 짜증 섞인 cranky한 노인의 말투.
이를테면 소설 A Man Called Ove 속 주인처럼 bloody(망할)란 형용사를 말의 중간중간에 섞어 쓰는 전략이 있을 수 있겠다.
"But you couldn't bloody carry on like that." (소설 A Man Called Ove, p46).
또는 sod(네이버 사전 정의: 꼴 보기 싫은[재수 없는] 놈)와 같은 욕설을 섞어 사용할 수도 있겠다.
‘It’s not my fault the old sod went and got old,’ he said more firmly. (소설 A Man Called Ove, p192).
결론은, 문학번역 또한 코레오그래피, 혹은 춤과 같은 종합예술이라는 것.
다시 말해 끊임없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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