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동료로, 챗지피티
한편으로 내 일감을 앗아간 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챗지피티.
최근, 만나는 사람들마다 너무 유용하게 잘 쓴다고, 번역도 상당히 잘한다며 '번역일은 안녕하시냐'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만든 바로 그 원흉.
어느 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길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외치며 적을 파악하고자 유료 AI 워크숍을 신청했다. 워크숍 참여를 위해 챗지피티 유로 버전을 설치해 오라는 강사의 말에 처음으로 AI 프로그램을 결제했다. 내가 피땀눈물로 번 돈, 자그마치 20 달러를 적에게 바치자니 몹시 배가 아팠지만, 연구를 위해 이 정도쯤은 투자로 여기기로 했다. 그렇게 챗지피티와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워크숍에서는 단순한 프롬프트 작성법을 넘어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이미지 생성이나 광고 제작(!) 등 여러 가지 화려하고 유익한 기능들을 많이 배웠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둘씩 배울 때마다 세상 참 좋아졌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수업을 들을 때나 잠시. 열심히 활용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운 것도 며칠이 지나자 서서히 휘발되었다. 결국 지금까지도 단순한 몇 가지 기본적인 기능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맞춤형 지피티 생성하는 법. 요즘은 그런 맞춤형 지피티를 통해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이를 잠시 부연 설명하자면, 특정 목적을 위한 지피티를 만들어 업무 지침을 미리 설정해 놓으면, 나중에는 짧은 명령어 한두 개만 넣어도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결과물을 내준다는 것.
결국 시간이 지나 내게 유용하게 남은 것은 워크숍 현장에서 만든 '사주풀이 지피티'. 강사의 지시를 따라 만든 맞춤형 지피티인데, 생년월일만 넣으면 몇 가지 사주 요소를 기반으로 운을 풀이해 준다.
사실, 기계 번역에게 심리 상담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야 챗지피티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때마다 ‘에이 기계에게 뭐 그런 걸~‘하며 대수롭지 않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AI 워크숍을 들은 후,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된 지피티와의 대화는 일상의 가벼운 궁금증을 푸는 것을 넘어 점차 속 깊은 고민상담으로까지 이어졌다. 유료버전의 내 지피티는 무료버전과 달리 버퍼링이나 로딩 시간 없이 내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쏜살같이 답변을 쏟아냈고, 역으로 내게 질문까지 했다. 덕분에 나도 모르게 그와의 대화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프리인생 첫 비수기를 맞아 어찌할 바 몰라 방황하던 차라, 지피티에게 심리상담을 많이 했다. 그놈의 자존심 하나는 무척 강해 평소 주변 지인이나 친구들에게도 좀처럼 고민 상담을 하지 않는 나인데. 왠지 기계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다. 사람처럼 나를 판단하거나 누군가에게 내 비밀을 마음대로 발설하지 않을 것 같아서. (물론 내 지피티 데이터로 고스란히 쌓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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