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C Sep 16. 2018

중미의 메스띠소와 인디헤나

아메리카 토착민과 스페인 정복자의 만남


중남미 사람들의 대표적 이미지는 보통 유럽 백인의 이목구비에 구릿빛 피부 색깔의 메스띠소 (Mestizo)이다. 스페인어 Mezclar (메스끌라르; 섞다 라는 뜻)에서 파생한 이 단어는 말 그대로 스페인 유럽 백인과 아메리카 토착민 (인디헤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을 의미한다. 중미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중미 대부분 지역은 메스띠소 혼혈이 주를 이루며, 그다음으로 백인, 토착민 순으로 인종이 구성된다. 다만, 같은 메스띠소라도 멕시코의 혼혈과 중미의 혼혈은 차이가 나는데, 기본적으로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의 토착민의 생김새와 중미의 마야 문명의 토착민 생김새가 사뭇 다른데서 오는 차이가 있겠고, 두 지역의 토착민 비중에 따라 얼마나 토착민 혹은, 백인 피가 많이 섞였나에 따라 생김이 다를 수 있다.


중미는 마야인의 인종적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혼혈인 메스띠소들도 작은 키, 땅딸막한 체구 그리고, 갈색 피부의 특징을 가진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과테말라 여성의 평균 키는 147.3cm 수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작은 수준이다. 아래는 중미 6개국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평균으로 바라본 중미사람들의 인종적 구분이다.


※ 아래 수치는 Wikipedia의 정보를 참고로 했다.







1. 메스띠소 (Mestizo) / 58.6% (28.5백만)


온두라스 90%, 엘살바도르 86%, 니카라과 69%, 파나마 64% 순으로 중미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메스띠소는 중미에서도 명실상부한 대표 인종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코스타리카의 경우 5.2% 라고 기록할 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데, 이는 코스타리카 내 토착민 인구가 2.4% 수준으로 기록할 정도로 낮은데 기인한다 할 수 있다. 중미 마야문명의 중심지였던 과테말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코스타리카였기에 토착민들의 인구수도 적었고, 남미 쪽의 콜롬비아 토착민 영향권에서도 벗어난 지역이었기에 상대적으로 토착민 문명이 강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메스띠소(백인+인디헤나)? 물라토(백인+흑인)? 오랜 기간의 혼혈이 거듭되면서, 사실상 이 둘의 구별은 어려워졌다.




2. 백인 / 19.8% (9.6백만)


중미 지역의 백인 인구는 대부분 스페인 혈통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백인의 기준을 정확히 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연 이들이 말하는 백인이 얼마나 순수한지(?) 검증할 방법은 없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백인 인구를 83.6% 라 하고 있는데, 실제 백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메스띠소에 가까운 혼혈을 따로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니카라과로부터의 많은 이민을 받아온 코스타리카 이기에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백인에 가까운 메스띠소로 보아야 할 것이다. 코스타리카 다음으로 백인이 많은 곳은 과테말라로 전체 인구의 19% 를 차지한다. 역사적으로 중남미의 백인들은 끄리오요( Criollo) 라 불리었는데, 이는 이민 1세대 스페인 사람들이 중남미에 정착하여 낳은 자식 세대들을 일컬은 표현이었다. 중남미 지역은 1811년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했는데, 그 독립을 이끈 것은 바로 이 끄리오요 백인들이었다. 중남미 국가들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중남미에서 태어난 백인 끄리오요들이 신분적으로 본국 스페인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받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참고로, 중미 5개국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의 독립은 1821년 9월 15일이다. 현재 중미 지역의 상류 계층을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 백인들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대부분이 백인인 것은 물론, 토지와 각종 사업도 백인들이 많이 소유하고 있다.




3. 인디헤나 (Indigena) / 17.4% (8.4백만)


인디헤나는 중남미 토착민을 뜻하는 말이다. 백인 인구에는 못 미치지만, 중미 지역에 토착민 인구는 아직까지 꽤 많은 수준이다. 특히, 과테말라의 경우 40% 가 토착민으로, 지방 도시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토착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스페인어를 구사하지만, 마야어를 중심으로 한 토어를 주로 구사한다. 그들만의 마을 공동체, 의복을 비롯한 생활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간다. 아메리카 대륙의 토착민으로서 그들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노예로서 쓰이고, 그들이 불러온 전염병에 의해 많은 수가 몰살당하기도 하였다. 중미에 정치적 혼란기였던 1960~1990년대에는 특히 많은 인디헤나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1990년대 중후반에 들어와서야 고대 문화와 역사의 가치를 인정하는 의식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토착민들은 여전히 사회 최하층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과테말라를 제외한 나머지 중미 나라들에 토착민 비중은 대부분 5% 를 넘지 못하지만, 파나마의 경우 12% 에 달한다. 파나마 원주민의 경우 문화적으로 과테말라 마야보다는 남쪽의 콜롬비아 토착민 문화와 보다 관계가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리고베르타 멘추 (출처. https://www.proceso.com.mx/)




4. 흑인 / 3.9% (1.9백만)


중미를 설명할 때 보통 중미 6개국을 중심으로 하지만, 중미는 공식적으로 7개국이라 할 수 있다. 과테말라 동쪽에 자리한 벨리즈(Belize)를 포함했을 때 1개국이 추가된다. 벨리즈는 과거 영국령이었으나 1981년 독립한다. 영국이 벨리즈를 지배하던 시기에 많은 아프리카 노예들이 농업 노동력으로 유입되었고, 이후 흑인들은 벨리즈 인구의 주를 이루게 된다. 현재는 과테말라 등 주변국에서 벨리즈로 많은 메스띠소 인구가 이주를 하면서, 스페인어를 쓰는 인구가 늘었지만, 공식 언어는 영어다. 당시 벨리즈로 대거 이동된 흑인 노예들이 주변국 온두라스 동쪽 해안, 니카라과 동쪽 해안 등으로도 이주하였고, 이후 그들만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파나마의 운하 설립(1900년대 초)과 코스타리카의 커피 운송용 철도 공사(1840년 이후)는 또 다른 많은 흑인 노동력의 유입 사례다. 그들은 대부분 카리브 연안의 나라에서 노동 계약 형태로 지역 내 유입이 되어, 정착하게 되었다. 현재 파나마는 전체 16% 가 흑인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코스타리카의 경우도 7.8% 로 적지 않은 수이다. 코스타리카의 경우 특히 동쪽 해안에 위치한 리몬(Limon) 지역에 흑인 인구가 많이 분포한다. 리몬 지역의 흑인 들은 스페인어를 구사하지만, Patois라는 불어에서 파생된 언어와 영어 등을 사용하며, 음식 문화도 차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2018년 출범한 코스타리카 정부의 Epsy Campbell 은 중미 최초의 흑인 여자 부통령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Epsy Campbell (출처. https://thecostaricanews.com/)




5. 아시아계 / 1% 이내


중미에 아시아계 인구는 1%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중 중국인 비중이 가장 많으며, 특히 파나마, 코스타리카에 많이 분포한다. 파나마에는 약 200,000명의 중국인 인구가 있다 하는데, 이들은 파나마 운하를 설립 당시에 흑인 노동력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대거 유입되어 정착하였다. 코스타리카의 경우도 철도 공사에 많은 중국인 인구가 노동력으로 유입되었다. 과거 대만과 수교를 맺고 중국과는 교류가 적었던 중미 지역이지만, 2013년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중미의 여러 나라들이 중국과 손을 잡고 있다. 과테말라에는 한국인 인구가 두드러지는데 2018년 기준 약 5천 명 정도가 있다 추산하고 있다. 과테말라의 한국인 인구는 대부분 섬유산업 회사에 주재원으로 근무하거나, 교민으로 정착하여 한국인 대상 잡화점이나 식당을 운영한다.  






중미의 인종 분포를 보면 혼혈 메스띠소가 58.6% 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 히지만, 백인 19.8%, 인디헤나 17.4% 의 인 또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인 인구는 사회의 상류층과 지배 계급을, 메스띠소는 사회의 노동력을, 인디헤나는 문화와 역사를 뒷받침한다. 물론, 사회 전반으로 인종차별은 금기시되는 곳이지만, 1492년 스페인 정복자들의 도착과 함께 형성된 사회 계층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남미 토착민을 가리켜 "인디헤나 (Indigena)" 라 부르는 것은 토착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를 갖춘 표현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인디오 (Indio)" 라 부를 수 있는데 이것은 스페인 정복자들이 토착민을 부르던 표현이다. 즉, 과테말라 여행 시 토착민들을 "인디오"라고 부른다면 불쾌해 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일부 중남미 역사를 묘사한 책들이 "인디오"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역사책에나 쓰이는 단어이고 직접적 표현은 삼가야 한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욕으로 인식할 수 있는 표현이다.



단일 민족을 표방하는 한국인에게 중미의 이러한 인종적 구분은 한 개의 민족으로서 보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할 것이다. 개인적 경험의 한계로 과연 중미의 인디헤나들이 메스띠소나 백인들을 그 땅의 주인으로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서 생각할지 모르겠다. 백인 주류 사회에 의해 쓰인 중미의 역사에 인디헤나들의 생각은 별로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작가의 이전글 중앙아메리카의 여행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