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라라 Oct 23. 2022

가지 않은 길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결혼과 비혼이라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길을 갈까, 곰곰 생각했습니다. 


결혼이 아름다울 거라, 행복할 거라 기대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에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는, 혼자서만 가야 하는 죽음의 길을 알지만

홀로는 외로워서, 잠시라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함께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와의 사랑은 영원한 줄 알았습니다. 

내 사랑은 영원하리라 믿고 꿈꾸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칼린지브란의 시를 읊으며 사랑을 꿈꾸던 그를 만나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그의 사랑에 한때는 진정 행복했습니다.  


그를 보내고, 

그와의 사랑으로 나에게 온 두 아이를 키워내며

무수히 많은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 다시 그 자리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숲길에서 헤매이고 방황하고, 넘어지고 아파하고 

사랑이 있어도 외로웠습니다. 


가지 않은 또 하나의 길, 혼자만의 길

외롭고 두렵지만 이제는 그 길을 가려 합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후회, 아쉬움, 부끄러움도 있지만

이미 지나온 길이 잊혀질리야 있겠냐만, 사라지기야 하겠냐만 


그 길 위에 남겨진 것들 가을 낙엽처럼 쓸어 모으며    

다시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뒷날을 위해 남겨두었던

또 하나의 길, 비혼의 길 




지난 금요일 감짱과 함께 하는 달마다 글쓰기. 10월의 주제는 <가지 못한 길, 이루지 못한 꿈>. 

인생의 고비마다 선택하지 않은 가지 못한 길, 그 길목에 남겨둔 것들. 

사랑, 관심, 인정, 신념, 가치, 낭만, 열정, 기쁨, 행복, 성공, 자유, 홀가분 ... 

아들이 아니라서, 가난해서, 용기가 없어서, 두려워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 

글을 쓰면서 새로이 알게 된 외로움과 두려움.  

마지막 글쓰기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시 고쳐 쓰기를 하면서 

가지 못한 길, 그 길을 가만 바라보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