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결혼과 비혼이라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길을 갈까, 곰곰 생각했습니다.
결혼이 아름다울 거라, 행복할 거라 기대하고 싶었습니다.
결국에는 아무도 동행할 수 없는, 혼자서만 가야 하는 죽음의 길을 알지만
홀로는 외로워서, 잠시라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함께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와의 사랑은 영원한 줄 알았습니다.
내 사랑은 영원하리라 믿고 꿈꾸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 칼린지브란의 시를 읊으며 사랑을 꿈꾸던 그를 만나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그의 사랑에 한때는 진정 행복했습니다.
그를 보내고,
그와의 사랑으로 나에게 온 두 아이를 키워내며
무수히 많은 고갯길을 넘고 또 넘어 다시 그 자리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안개 숲길에서 헤매이고 방황하고, 넘어지고 아파하고
사랑이 있어도 외로웠습니다.
가지 않은 또 하나의 길, 혼자만의 길
외롭고 두렵지만 이제는 그 길을 가려 합니다.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후회, 아쉬움, 부끄러움도 있지만
이미 지나온 길이 잊혀질리야 있겠냐만, 사라지기야 하겠냐만
그 길 위에 남겨진 것들 가을 낙엽처럼 쓸어 모으며
다시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봅니다.
뒷날을 위해 남겨두었던
또 하나의 길, 비혼의 길
지난 금요일 감짱과 함께 하는 달마다 글쓰기. 10월의 주제는 <가지 못한 길, 이루지 못한 꿈>.
인생의 고비마다 선택하지 않은 가지 못한 길, 그 길목에 남겨둔 것들.
사랑, 관심, 인정, 신념, 가치, 낭만, 열정, 기쁨, 행복, 성공, 자유, 홀가분 ...
아들이 아니라서, 가난해서, 용기가 없어서, 두려워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 ...
글을 쓰면서 새로이 알게 된 외로움과 두려움.
마지막 글쓰기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시 고쳐 쓰기를 하면서
가지 못한 길, 그 길을 가만 바라보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