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여성 공동체에는 최고령이 80대에 이르는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수심 10m까지 잠수하여 전복이나 성게 등 조개류를 채취하는 해녀(海女)가 있다. 바다와 해산물에 대해서 잘 아는 제주 해녀들은 한번 잠수할 때마다 1분간 숨을 참으며 하루에 최대 7시간까지, 연간 90일 정도 물질을 한다. 해녀들은 물속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때 독특한 휘파람 소리를 낸다. 해녀들은 저마다의 물질 능력에 따라 하군, 중군, 상군의 세 집단으로 분류되며 상군 해녀들이 나머지 해녀들을 지도한다. 잠수를 앞두고 제주 해녀들은 무당을 불러 바다의 여신인 용왕할머니에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며 잠수굿을 지낸다. 관련된 지식은 가정, 학교, 해당 지역의 어업권을 보유한 어촌계, 해녀회, 해녀학교와 해녀박물관 등을 통해서 젊은 세대로 전승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정부에 의해 제주도와 제주도민의 정신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지정된 ‘제주 해녀 문화’는 공동체 내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왔고, 생태 친화적인 어로 활동과 공동체에 의한 어업 관리는 친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높여주었다. <유네스코 제주해녀문화 설명 중>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르던 그날의 기록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예가체프 커피와 인류 최초의 조상 ‘루시’로 유명한 먼 이국땅 에티오피아. 그곳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제11차 유네스코 무형문화 유산 보호 정부 간 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일, 5일간 열린 이 회의에는 24개 위원국 및 171개 협약 당사국 대표단, 자문기구 및 NGO 대표 등 650여 명이 참가해 협약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새로운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종목들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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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 6시경, 회의 시간이 부족해 연장 개최되는 저녁 세션이 시작되었고, 회의장 내 세 개의 스크린에는 첫 번째로 다루어질 종목인 제주 해녀 문화 관련 설명과 사진이 띄워졌다. 테왁을 들고 바다로 향하는 해녀들의 씩씩한 뒷모습, 둥그렇게 모여 앉아 모닥불에 손을 쬐는 따뜻한 모습들이 지나가는 동안, 심사 기구의 에빈 포크(Eivind Falk) 부대표는 제주 해녀 문화를 간략히 소개하고, 다섯 개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 유산 대표 목록 등재 기준을 제주 해녀 문화가 어떻게 잘 충족시켰는지 설명하였다. 해녀 문화가 지역의 문화 정체성과 활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문화 다양성과 인간 창의성 증진에 기여하고, 공동체와 전문가 집단의 참여로 보호조치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이 등재 기준을 완벽히 충족시키며 등재 권고를 끌어냈다는 설명이었다.
등재 권고를 받은 종목은 통상 별도의 토론 없이 곧바로 결정문 채택 순서를 밟는다. 제주 해녀 문화 또한 위원국으로부터 별다른 이견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결정문 채택 순서로 이어졌다. 결정문이 채택되고, 개최국인 에티오피아 출신의 요나스 데스타 쩨가예(Yonas Desta Tsegaye) 의장이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선언하는 순간, 해녀 복장을 하고 회의장에 들어와 저녁 세션 시작 전 이미 외국인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등 인기몰이했던 강애심 법환어촌계장과 한국대표단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했던 근 십 년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단 모두의 얼굴이 자부심과 환희로 활짝 피어났다. 다른 나라 대표단들도 한국 대표단 자리로 와 속속 축하 인사를 전했다. 제주 해녀 문화가 세계인의 가슴 속에 인류의 소중한 무형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지난 2월 26일 제주시 도두항에서는 특별한 요트가 출항했습니다. 경력만 모두 528년에 달하는 제주의 해녀 10명의 은퇴를 기념하는 행사가 요트 선상에서 열렸는데요. 60년이 넘는 세월을 바다에서 보낸 도두 어촌계 소속 해녀들의 그동안의 삶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자리였습니다. 강복순(79세), 김옥선 (81), 김춘자 (93), 서복영 (85), 양재순(93), 윤금자 (95), 윤민자 (92), 홍춘자(87), 문슬생(89), 문여옥(87) 총 10명의 해녀는 한평생 지내온 바다를 비로소 떠나게 됐습니다. 후배 해녀들과 자식들이 한사코 만류해 물질을 그만둔 왕할망(최고령) 윤금자 해녀는 “바다 보면 내가 다녔던 곳이니까 훤해.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물질이 못하니 답답하다”라고 말하기도 할 정도로 그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바다가 있습니다.
1960년대 24,000명이었던 제주 해녀는 지금은 3,000명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실질적으로 물질을 하는 해녀는 이 숫자보다 더 적다고 해요. 전체 해녀의 65% 정도가 7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됐고요. 해녀들은 항상 바다에 함께 들어갑니다. 노련한 상군(상급 기술자)들이 하루에 10kg을 잡을 때 젊은 하군들은 1kg을 채우기 힘든데, 해녀들은 모두 모아 나눠 가져갑니다. 대신 젊은이들은 뭍으로 올라온 뒤 해야 할 일들을 더 많이 나눠 맡습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해녀 공동체의 문화가 바로 전 지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인류 문화이고, 지속적으로 보호하며 전승해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제주 해녀 문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해녀 문화를 확산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모두 고민해야 하고, 해녀들의 터전인 바다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환경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제주에서는 해녀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해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환 좀녀마을 해녀학교에서는 지난 2월 17일부터 제11기 직업 해녀 양성 과정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4월 4일까지 지원받으며, 선정자는 86시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직업 해녀로 활동할 수 있다고 해요.
사라져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갖습니다. 영원히 사라지면 그리움이 남습니다. 제주 해녀 문화의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