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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가이드 Mar 05. 2024

제주의 역사가 궁금해요

제주의 역사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적이나 박물관에 가더라도 역사가 잘 이어지지 않고, 끊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각의 역사가 퍼즐처럼 조각나 있고, 하나의 역사로 연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제주의 역사는 탐라국의 역사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섬나라 탐라국은 1105년 고려의 지방 행정 구역으로 편입되기 전까지 독립 국가로 존재했습니다. 꽤 디테일한 건국 신화가 전해지고 있고, 최근 주목받는 역사인 가야보다 더 길게 독립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뚜렷한 유적과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에 탐라국의 역사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 한경면 고산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이 있지만 탐라국 역사와 퍼즐이 맞춰지지 않습니다. 결국 탐라국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역사 또한 단편적으로 받아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에서 역사, 그리고 문화를 주제로 가이드를 하면서 왜 제주는 기록이 부족할까 하는 궁금증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계속 추적하고, 제주를 이해하면서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이 답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POINT 1.

10세기가 넘는 동안 독립 국가의 지위를 유지한 탐라국은 ‘해상왕국’이란 텍스트로 나라의 위상을 설명하곤 합니다. 한반도의 삼국, 한나라부터 시작된 중국 본토, 타이완, 일본, 유구 왕국 등 주변국과 해상 교역을 펼쳤던 섬나라에 어울리는 설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탐라국은 누군가 부르는 별명처럼 강성한 왕국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여느 고대 국가처럼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면 그 흔적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남아 있어야 했을 것입니다.


POINT 2.

이 작은 섬에는 탐라 또는 제주를 인정하지 않은 다른 문명이 수없이 지나갔습니다. 몽골, 고려, 조선, 일제가 차례로 섬의 주인 노릇을 했고, 한국전쟁, 4.3 사건 때에도 섬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아마 새로운 주인은 섬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을 것입니다. 주인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말을 쓰기 원했을 겁니다. 그렇게 제주의 역사는 사라집니다.


POINT 3.

제주는 화산섬입니다. 섬 전체가 화산 지형이어서 상당히 척박합니다. 농경이 시작되지만,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었습니다. 비가 와도 물은 땅으로 다 스며들고, 밭엔 현무암이 넘쳐나고, 일 년에도 몇 번씩 태풍 피해를 봐야 했습니다. 역사는 기록의 문화입니다. 하지만 제주 사람들에게는 기록보다 먹고 살기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 삶이 이어지며 제주의 역사는 기록되지 못합니다. 그나마 조선 시대에는 제주로 부임 온 목사와 관리, 유배인, 개인 유람객을 중심으로 조금씩 기록이 쌓이게 됩니다. 이전 탐라국의 기록은 주변국의 기록에서 찾아 퍼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가 갖고 있던 호기심의 답이 맞다고 가정한다면 아쉽게도 탐라국의 흔적은 영원히 찾을 수 없습니다.


탐라국 건국 신화 유적, 삼성혈


제주에서 발견된 초기 철기시대 유물, 청동거울


제주 역사 투어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 가이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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