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제주의 가치
세계자연유산의 시작
1960년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은 나일강에 댐 건설을 추진합니다. 1902년 나일강의 홍수조절과 관개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한 아스완 댐과 구분하여 아스완 하이 댐 Aswan High Dam 이라는 이름으로 높이 111m, 제방 길이 3.6km, 저수지 길이 500km의 세계 최대 록필 rock-fill 댐을 건설하게 됩니다. 1971년에 완공한 이 댐은 역사적으로 늘 골칫거리였던 나일강의 범람을 조절하고, 수력 발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고, 관개를 통해 농업을 발전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댐 건설의 결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인 나세르호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반면 아스완 하이 댐 건설로 이집트의 수많은 유적과 문화재가 함몰될 위기에 처합니다. 특히, 고대 이집트 문명인 누비아 유적이 그대로 침수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 세계는 이 문제를 단순히 이집트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전 지구적인 유적과 문화재에 대해 보호 활동을 시작합니다. 다행히 누비아 유적은 다른 장소로 이전하여 보호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 자연유산 보존에 대해서 전 인류적인 문제로 인식하게 되었고, 1972년 세계 기구 유네스코에서는 세계의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조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소중한 유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란 이름으로 지정, 보호하게 됩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에도 2023년 가야고분군을 마지막으로 총 16개의 세계유산이 지정되어 있는데, 제주도의 한라산을 비롯한 여러 화산 지형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란 등재 명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이었으나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추가로 등재되면서 유일이란 타이틀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제주의 화산 지형들은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와 알레치 빙하, 생태 진화의 전시장 갈라파고스제도,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연유산입니다.
세계자연유산은 전 세계에서 탁월한 자연을, 지질학, 생물학적, 전 지구적 입장에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평가하고, 선정합니다. 특히, 선정 기준 중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누구에게나 가치를 전달할 수 있고, 이미 등재된 다른 유산과도 비교해 탁월한 가치가 있는가를 평가합니다. 전 세계에 그곳만 갖고 있는 특별한 자연이어야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될 수 있습니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2007년 당시 이미 많은 화산지형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약 70% 정도가 화산지형일 만큼 ‘언제까지 화산지형을 자연유산으로 추가할 것인가’란 논제로 유네스코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제주도는 절대적 가치뿐 아니라 기존 등재된 화산 지형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전 지구적 시각에서 얼마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가졌는지 보여줘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화산섬 제주도는 결국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제주도는 수많은 측화산과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 다양한 희귀생물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분포하고 있어 지구의 화산 생성 과정 연구와 생태계 연구의 중요한 학술 가치가 있으며,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의 아름다운 경관과 생물, 지질 등은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면서 세계문화유산 기준(vii), (viii)에 따라 한라산,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세 지역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화산 지형 외에도 화산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The Encyclopedia of Volcanoes에 국내 화산 지형으로는 유일하게 소개된 수월봉을 포함한 세계지질공원, 문섬, 범섬, 섶섬을 포함한 생물권보전지역 등 수많은 자연이 위대함과 신비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 기준 (vii) : 최상의 자연현상이나 뛰어난 자연미와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하여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기준 (viii) : 생명의 기록, 지형의 발달에 있어 중요한 지질학적 진행 과정, 또는 지형학이나 자연 지리학적 측면의 중요특징을 포함하여 지구 역사상의 주요 단계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어야 한다.
전 세계 지질학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그만큼 제주의 자연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과 가치를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사라오름
성산일출봉
만장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