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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Dec 23. 2021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수많은 신이 어우러져 살아가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인간은 오늘날의 자유로운 존재로서 독자적 개념과 달랐다. 신은 인간이고 인간은 곧 신이었던 시대에서 이들을 명확히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다. 예컨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의 위대한 영웅인 아킬레우스는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인 테티스의 아들이었다. 이러한 인간이 중세의 유일신을 거쳐, 종교개혁을 거친 이후에는 독보적 존재로 서게 되었다. 뉴턴 이래 주입된 자연과학적 사고는 인간이 신을 의심하고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심지어 신의 존재를 밀치고 그 자리에 인간이 앉게 되었다. 즉 인간은 자유로운 이성과 조화로운 감성을 지닌 채로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었다.


  근대의 인간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프랑스혁명을 기반으로 지구의 정복자로서 야망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테크놀로지와 음악, 미술, 문학은 그들의 문화를 더욱 고양시켰다. 한편으로 인간은 어디서든 해 뜨는 나라를 만들고자 동족을 침략하고 죽이고 노예로 삼는 지경에 이르렀고, 나아가 홀로코스트, 또는 제노사이드라 불리는 피의 강물로 20세기를 물들였다. 인간 실존의 위대한 잣대였던 이성과 감성은 그렇게 법정에 서게 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은 오로지 자연선택에 따라 진화된 객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다윈, 인간은 생산 기반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는 마르크스, 인간의 의식 자체를 부정한 프로이트의 등장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뒤흔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4차 산업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은 수천 년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20세기 포스트 모더니즘이 혼재된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라진 줄 알았던 神은 여전히 지구촌 절반을 지배하고 있고, A.I가 유인원이 되어가고 있으며, 문화는 5G를 타고 무한대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전쟁과 살인도 여전하다. 말하자면 눈앞에 펼쳐진 이 시대는 무한한 창조의 원천이자 끔찍한 폭력, 그리고 탐욕의 결정체로서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진력을 다 해왔던 결과라 할 수 있으리라. 이는 때론 찬양하고, 때론 증오했던 ‘나와 이웃’의 실체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시대의 유산을 이어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이러한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고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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