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의 묘미는 저명한 셰프와 은둔 고수의 대결 구도가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셰프로서의 자질과 실력(백)을 따라가다보면 그 이면에 숨겨진 삶의 궤적과 단단한 가치관(흑)을 바라보게 되는 게 핵심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어떤 셰프가 자신의 요리엔 자신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 누구나 자신의 필드에서 가질 법한 자부심으로 치부하고 넘겼던 그 말이 흑백요리사를 통해 오롯이 와닿은 기분이다.
재료를 손질하는 순간부터 그 재료로 완성된 요리가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맹렬한 경주마처럼 몰입한 그들의 눈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요리를 바라보면 맛을 보지 않아도 맛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겐 불철주야로 달려오며 땀 한 방울에 천 번의 인고를 녹여낸 시간이라는 최고의 재료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