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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lee May 30. 2021

2021


Books Top 10


1.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올해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을 통해 처음 접한 포르투갈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과 공허, 무능과 무기력에 대한 글 속에 함께 담긴 생각의 힘과 상상력을 통해 얻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한 줄기의 빛처럼 다가온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눈으로가 아니라 삶으로 읽은 소설 속 사건이나 에피소드처럼 생각하기. 이런 태도를 취할 때에만 날마다 일어나는 나쁜 일과 변덕스러운 사건을 이겨낼 수 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모든 것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내가 만일 무언가 대단한 거였다면, 그런 상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려는 어린아이들, 존재하기를 원하는 그들이야말로 신과 가장 가깝다. 어른이 되면 우리의 삶은 다른 이들에게 적선하는 행위로 축소되고 만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적선으로 살아간다. 우리의 개별성을 공생이라는 난잡한 잔치 속에서 낭비해버린다.


오늘 나는 모든 것이 지루해서 마치 감옥에 들어온 듯 갑갑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지루하다는 말은 바로 나 자신이 지루하다는 뜻이다. 어제 본 얼굴일지라도 오늘 보는 그 얼굴 같지 않다. 오늘은 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각의 날들은 그날일 뿐이지 똑같은 다른 날들이란 세상에 없다.


더 이상 잘 쓸 수도 없으면서 왜 나는 글을 쓰는가? 글을 씀으로써 지금보다 더욱 열등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쓸 수 있는 것을 쓰지 않는다면 무엇이 남을까? 뭔가를 이루려 하는 나는 열망에 찬 평민이다. 마치 어두운 방을 싫어하는 사람처럼 나는 침묵을 견딜 수 없다. 나는 메달을 얻으려는 노력보다 메달을 더 가치 있게 여기며, 외투에 달린 모피 장식이 명예롭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같다.



2. 알베르 카뮈 <이방인> 

예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책 내용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뫼르소의 말과 행동이 올해가 되어서야 조금 이해됐고 그의 내적 자유가 부럽기까지 했다. 항상 까뮈의 글은 여름을 닮아 숨을 헐떡이며 읽게 되고 강렬한 햇빛이 나에게 남아 맴돈다. 


나는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여름밤이 갈색으로 그을린 우리의 몸 위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상쾌했다.

잠시 또 잠자코 있다가 그녀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아마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겠지만 언젠가는 바로 그 이유들 때문에 내가 싫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태양의 붉은빛 폭발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모래 위에서 바다는 작은 물결들이 되어 부서지며 급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지만 구금 생활 초기에 가장 힘든 점은, 내가 자유로운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가령 나는 바닷가에 가있고 싶었고 바다 쪽으로 내려가고 싶은 욕구에 사로 집히곤 했다. 발바닥 밑으로 밀려드는 첫 파도의 소리, 몸이 물속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 그리고 물속에서 맛보는 해방감을 상상하다 보면 나는 문득 내 감옥의 벽들이 얼마나 내 가까이 있는가를 실감하는 것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된 어떤 삶, 그러나 나로 하여금 가장 초라하지만 가장 끈질긴 기쁨을 맛보게 했던 어떤 삶에의 추억에 휩싸였다. 여름의 냄새들, 내가 좋아하던 거리, 어느 저녁 하늘, 마리의 웃음과 옷, 그러자 내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그 모든 무용한 짓이 목구멍까지 치밀고 올라와 숨이 막혔다.


작품 해설 / 그는 거짓말하는 것을 거부한다.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을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이건 삶을 좀 간단하게 하기 위해 우리들 누구나 매일같이 하는 일이다. 그런데 뫼르소는 겉보기와는 달리 삶을 간단하게 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즉시 위협당한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3. 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생텍쥐페리의 글을 좋아한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생텍쥐페리가 비행을 하며 그의 주변 가족, 친구, 동료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이 책을 읽으며 생텍쥐페리가 왜 그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 세세히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의 대지>를 읽고 나서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자유와 내적 평화, 인간적인 존중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하지만 세계적이어야 하는 보물이다. 만일 비겁함과 두려움, 탐욕이 이 세계로 하여금 그 보물을 지키기 위해 결합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 공통적인 보물은 없어져 버릴 것이다. 


기요메가 죽었고, 오는 나는 마치 아무 친구도 없는 것 같다. 나는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나는 죽은 자를 동경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해지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리며 나는 벌써 이 고통스러운 작업에 짓눌려있다.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나는 그를 자주 필요로 할 것이다.


오늘 저녁 갑자기 핵심에서 옆으로 벗어난 대화를 정정하고 싶네. 물론 만일 내가 글을 쓰고 있었다면 나는 그 위험한 단어를 피했을 텐데. 나에게 그 짧은 형태의 단어에는 내가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여러 사실을 담고 있다네.


저는 단지 조종사가 얼마나 비행했느냐 하는 사실이 돈으로 교환될 수 있을 때 내 직업에서 아무런 중요한 점을 결코 발견하지 못합니다. 나를 만일 먹이기는 하되 나를 어떤 것의 일부로 만들지 않는다면 그 일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나는 내용이 좋지 못한 책의 복사본을 육백만 권 파는 것보다는 내게 있어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는 책을 백권 파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 백 권의 복사본이 육백만 권의 복사본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테니까요. 객관적인 숫자에 의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오류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4. 헤르만 헤세 <크눌프>

광고제 영상에 넣을 책을 찾다가 우연히 접한 헤세의 <크눌프>. 책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뿐만 아니라 슬픔이나 두려움도 항상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는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생각과 행동이 정말로 진실하다면 누구든지 거룩할 거야. 어떤 일이 옳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해. 


크눌프는 위대한 시인이 아니어도 보통의 시인은 되었고 그가 직접 부르는 노래들은 종종 다른 훌륭한 노래들의 귀여운 자매인 듯 들렸다. 내가 기억하는 몇몇 부분과 가사들은 정말 아름답고 나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소중하다. 그중의 어떤 노래도 기록되지는 않았다. 그의 노래들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무런 해를 끼침 없이 그리고 어떤 책임감을 느낌도 없이 세상에 와서 존재하다가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의 노래들은 나와 크눌프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짧은 순간순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는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5. 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친구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서로에게 좋은 어른, 멋진 할머니로 나이 들어가자고 자꾸 말하게 되었다.


자기 고통이나 행복, 배신, 서글픔을 확대하고 그곳에 주저앉긴 쉬워도 바로 그곳에서 출발해서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기는 너무 어려워. 고통을 통한 확장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축소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죽은 사람에게 죽은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에 대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잔함을 느꼈어. 살아있는 동안 알고 지냈으면 좋았을 두 사람이었겠지. 틀림없이 기가 막힌 친구가 되었겠지.


'다시’라는 말 아름답지? 아름다움의 역사에 가장 먼저 포함시킬 만한 단어야. 우리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조금 더 자유롭게 조금 더 힘 있게. 우리가 맺는 관계가 바뀐다면 혹은 관계를 맺는 방식을 바꾼다면 세상도 바뀌어. 이건 진리야.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눈을 뜨게 하는 관계로, 서로 안고 있는, 서로 팔베개를 해주는 관계로 존재한다면 그 미래는 단지 미래뿐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까지도 바꿔놓을 거야.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미래를 가리키는 화살표, 이정표가 될 거야. 정말 그런 관계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하나의 관계라기보다는 사건이라고 불러야 할 거야.


저는 자신의 한계에도 장점에도 고통에도 행운에도 똑같은 자세를 취하는 사람이 좋습니다. 한계는 한탄하고 장점은 과장하는 그런 태도 말고요. 한계도 장점도 길을 내딛는 하나의 원료로 쓰는 거지요. 어차피 한계와 결핍과 고통에서 모든 중요한 것들이 다 나옵니다.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서글픈 일은 아닙니다. 고통이 없다면, 고통이 없기만 바란다면, 고통이 없는 척한다면, 고통이 발생하지 않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둔다면 우린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할 것입니다.



6. 김사과 <풀이 눕는다>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말해주던 책이었다.


그렇다. 나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왜냐고? 간단하다. 그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바보같이 살면 좀 안돼? 꼭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 그냥 꿈속에서 살면 안 돼? 어떤 건 그냥 아름답다고 하면 안 돼? 아름다운 거 맞잖아? 느껴지잖아? 거짓말 아니잖아? 그런 삶이 정말 그렇게 나쁜 거야? 그렇게 살면, 사람들 말대로 정말 비참하게 살다가 고통 속에서 외롭게 죽어가는 거야? 


사람들이 잊고 있는 게 있어. 박물관이나 백화점은 절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해. 단지 아름다운 것들을 가져다 놓은 것뿐이야. 그때 내가 본 그 사람들이 가진 아름다움은 어디선가 훔쳐온 게 아니었어. 그 아름다움은 그 사람들 속에서 태어난 거였어.



7.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하루키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책. 달리기를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무엇이 공평한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법이다.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


효능이 있든 없든, 멋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대부분의 경우,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공허한 행위가 있었다 해도 그것은 결코 어리석은 행위는 아닐 것이다.



8. 수전 손택, 조너선 콧 <수전 손택의 말>


가능한 한, 그리고 미치지 않는 선에서 나는 내가 주체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자각을 최대한도로 확장하길 원해요. 그래서 우정이나 연애에서도 좋고 나쁜 것 모두에 기꺼이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나는 정말 멋진 인간인데 저 사람 때문에 망했어.’ 같은 태도는 원치 않아요. 심지어 가끔은 사실이 그렇더라도 전 이제까지 적어도 제게 일어난 나쁜 일들에 공동의 책임 정도는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야 실제로 내가 더 강하게 느껴지고 또 어쩌면 상황이 다르게 풀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어떻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들을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으니까요. 내 친구들은 대체로 표현이 강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게 제가 좋아하는 거니까요. 전 약간 금제가 있는 편이라 저처럼 거리낌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 에워싸여 가까이 지내는 걸 좋아해요. 그래야 저도 마음일 터놓고 얘기할 수 있고 기분이 좋거든요.


차분하게 사랑하고, 양가감정 없이 신뢰하고, 자기 조롱 없이 소망하며, 용기 있게 행동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끌어내 수고로운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건 결코 단순하지 않다.



9. 요시모토 바나나 <티티새>


아무튼 언제나 바다는 넓고 잔잔하게 마을을 감싸고 변함없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시야가 환히 트인 날에는 만 건너 해안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바다는 보는 이가 딱히 감정을 이입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어김없이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될 것 같은 신나는 직감에 충만해 있었다. 그런 사람들끼리는 금방 아는 법이다. 조금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 모두가 똑같이 확신을 갖는다. 그것이 바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친구와의 만남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시시각각 변해 간다. 그런 사실을 다양한 형태로 거듭 확인하면서 나아간다. 그래도 정지시켜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같은 밤이었다. 온 사방이,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조그맣고 고요한 행복으로 충만해있었다.



10. 존 윌리엄스 <스토너>


자네는 항상 세상에게서 실제로 있지 않은 것, 세상이 원한 적 없는 것을 기대하니까.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빌 우리가 앞으로 다른 것을 결코 누릴 수 없게 된다 해도, 이번 주의 기억은 남아있을 거예요. 너무 소녀 같은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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