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월간 집 극본 ㅣ 명수현
3화 명대사
얼마 전, 브런치 북 '스무 번째 이사'를 쓰면서 집에 대한 생각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으로 읽고 드라마로 찾아봤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내 집 마련 로맨스 '월간 집'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고, 시트콤 같은 코미디로 가렸지만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예상보다 진지했다.
재개발을 기다리며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최고 편집장, 청약만이 살 길이다. 결혼을 위해 청약에 목숨 거는 남상순 기자, 집이 왜 필요하니? 월세 200에 사는 오늘만 사는 여의주 기자. 반지하의 삶에 도가 튼 사회 초년생들 까지. 현실 고증에 진심인 드라마 월간 집, 나의 현실과 마주하는 일이 꽤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고, 우리네 사는 삶이 미디어 속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며 위로받을 수 있는 드라마다.
9화 명대사
청약에 목숨 걸던 남상순 기자는 결혼을 하려면 영끌로 만든 집이라도 내 집 하나 갖고 프러포즈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청약에서는 신혼부부가 유리하다. 결혼을 하려면 아파트가 필요하고 아파트를 사려면 결혼을 해야 되는 아이러니. 신혼부부라고 해서 청약이 되기가 쉽나? 또 그렇지도 않다. 신혼부부가 되어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저자의 친언니는 결혼 후 9년 동안 청약에서 번번이 떨어졌고 아이를 2명을 낳고 결혼 9년 차가 되어서 25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추첨제로 경기도의 30평대 브랜드 아파트에 당첨된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은 5억이 넘고 수억의 빚을 지게 되지만 타의에 의해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점에서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아파트는 신도시에 지어져 당장 팔아도 수 억의 차액을 남길 수 있으니 부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단다. 아파트를 팔고 은행의 대출을 모두 갚아야 차액이 남고 내 주머니로 돈이 들어오는데, 왜 벌써 부자가 된 것 같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주거지에 대한 안정감은 삶의 만족도를 굉장히 높여주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좁은 아파트에서 살 땐 나름대로 옹기종기, 아기자기하게 잘 사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새 아파트에 사는 언니의 가족은 몹시 여유로워 보인다. 그때의 삶이 지질하고 궁상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집은 사는 동네나 아파트의 브랜드, 집의 연식보다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식구가 늘고 그것이 내 집이 아닐 때는 그 환경마저 쾌적하게 유지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언니와 형부는 늘 나에게 청약을 하고 아파트에 사는 것을 권유하는데, 여전히 아파트가 싫은 나는 번번이 그 충고를 잔소리로 치부한다. 그런 나에게 언니는 한마디를 했다. "네가 좋은 집에서 안 살아봐서 이 편하고 쾌적함을 몰라서" 그런 거라고. 슬펐다. 하지만 슬프지 않으려고. 아직 나에겐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니까. 지금 젊은 날엔 조금 구질하고, 세입자로 의기소침해야 하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추억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행복 회로를 돌리는 건 내 특기니까! :)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 보자면, 드라마는 집 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하는데, 정소민과 김지석의 캐미는 별로라서 여주 남주 스토리를 후반부에 가니 뛰어넘기고 싶은 지경이었다. 제작진이(작가) 막돼먹은 영애 씨 시즌의 일부를 집필한 작가라서 그런지 조연들의 캐미와 시트콤적인 요소들이 재미있고 신선했다. 무엇보다 캐릭터 설정이 좋았고 조연들의 연기력 또한 드라마를 보는 재미 요소가 된다. 중간에 카메오로 최애 배우인 이정은 배우님이 나와서 극을 더 맛깔나게 살려준다. 아직도 의문인 게 왜 남주가 김지석일까 하는 점...(개인적으로 김지석 배우가 나온 모든 드라마를 사랑하지만 월간 집에서의 유자성 역할과 너무나~~ 도 안 어울렸다)을 제외하면 1화부터 16화까지 끝까지 힘을 빼지 않고, 회차별로 하려는 메시지와 배우들의 연기톤 모든 게 좋았던 드라마였다.
드라마 캐스팅이 별로라서 안 본다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드라마도 2화까지는 봐야 재미있는 지를 알 수 있다! 고 자신한다.
집,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2-30대여, 꾹 참고 2화까지 봐주기! :)
그래야 제 얼굴을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