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 Aug 16. 2021

좋아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는지, 라켓 소년단 2021

드라마 라켓 소년단 극본 ㅣ 정보훈 작가



"랩도 못할시롱 뭣 한다고 힙합 좋아한다요?"
"야, 꼭 잘하는 것만 좋아해야 되냐?"

라켓 소년단 중에서


겉은 딱딱해도 속은 깊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해강이. 눈물 한번 흘렸다 하면 이모 맴찢 하게 만드는 귀여운 용태, 착하고 올바른 윤담이, 그냥 너무 잘생겨서 계속 보고 싶은 나우찬. 헐랭이 선생님이 진짜 코치가 되기 까지. 세윤이가 두통에 시달리지 않고 웃으면서 운동을 하기 까지. 도시 부부가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을 선택하기 까지. 마을 사람들이 도시 사람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까지. 감동 포인트를 하나부터 열까지 말하면 입 아픈 드라마 라켓 소년단. 단언컨대 2021년 최고의 원픽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아직 4개월 남았는디 안 봐도 비디오랑께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외줄 타기는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좋아하는 일은 즐기고, 잘하는 일로 돈을 벌자.'하고 엎어치고 나뒹굴며 나름의 룰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일이 '생계'가 되면 좋아하는 마음이 간절함으로 바뀌고, 그 간절함 때문에 '즐기기'는 힘드니까. 이래서 덕업 일치는 정말 실현되기 힘든 '꿈' 혹은 '로망'이라고 하나보다. 하지만 그다지 절망적이지 않은 사실은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정말 많고, 즐기고 싶은, 하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널리고 널렸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이 생계가 되고, 즐기지 못할 때가 오면 또 다른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 즐기면 된다. 언제나 좋아하기만 했던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이제는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지만, 걱정은 없다. 또 다른 좋아하는 것은 곧 생기기 마련이니까.





"어른들 말이 다 정답은 아니지만, 정답에 가깝다는 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선택하고 싶어."

라켓 소년단 중에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하는 시기에 많은 이들이 참견을 했다. 연봉이 낮은 회사로 이직을 했을 , 연애를 하지 않을 , 회사를 그만뒀을 , 책을 쓴다고 했을 .  결혼한다고 했을 ... 이런저런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 사람들은 나의 선택을 비난했다. 나는 오랫동안 자격지심에 시달렸다. 누군가가  그런 선택을 했냐 물으면 반사적으로  선택에 대한 이유가 아닌 해명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 대부분 그다지  선택 따위엔 관심이 없었고 그냥 지나가는 말과 걱정과 우려의 한마디였을 뿐이었다. 혹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세상의 시선이, 사람들의 편견이 두렵다면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 없다. 너무 많은 사람을 신경  필요도 없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 그때의 마음을 여전히 기억하는 건 나뿐이니까.

그러니 타인들이 정해둔 정답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린 객관식의 삶을 사는  아니니까. 오답을  내려가던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간대도 나는 또다시 '내가' 좋아하는, '내가' 열심히 하고 싶은 '내가' 선택한 순간들을 선택하겠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거나 재미난 게 있으면 애들은 좋아하더라고.

그것만 보고 달려가.

우리처럼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고 말이야."

라켓 소년단 중에서


이 드라마를 이 마음 다 해 추천하고 싶었던 건 아이들을 통해서 잊고 살았던 순수함을, 이웃들을 통해 따뜻함을, 스포츠를 통해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거, 좋아하는 게 생기면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고, 달린다. 어른들은 무너지면 안 될 이유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언제나 달리기를 주저하지만, 어릴 적 그 순수함을, 열정을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우리도 언제든 넘어지면 손잡아 줄 내 편들 이 있으니까. 겁먹지 말고, 때론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순수하게 좋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무쪼록 콘텐츠로 기빨리기 싫은 분들, 따뜻한 집밥  그릇 먹는  같은 드라마를 찾는 분들.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했다가 기분 좋은 눈물과 가슴 찡한 웃음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주저 말고 정주행 하시길!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사랑하는 나에게. 런 온 202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