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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 Aug 02. 2024

어른이 되는 과정, 결혼 혹은 나의 일

비혼 엔딩 - 이도연 소설

소설, 비혼엔딩의 문장을 소개합니다.


“나대표, 모아놓은돈은좀있나? ”

“빚만 잔뜩이죠, 뭐.”

“쯔쯔.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집이 잘사는 거 아니면 더 늦기 전에 얼른 조건 좋은 남자 만나 시집이나 가. 사업해서 몇 푼이나 번다고. 아버지가 걱정이 많겠어.”


황과장 딸이 나랑 동갑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 딸이 딱, 나 대표랑 동갑이거든. 우리 딸은 빠리에서 패션 공부해.”


네 딸은 하고 싶은 공부 실컷 하면서 꿈을 펼쳤으면 좋겠고, 남의 집 딸은 어설프게 돈 벌 거면 시집이나 가라는 거야?


“과장님, 저는 어설프게 돈 벌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어요. 저는 제 일이 좋거든요.”




어른이 되는 일은 드레스를 입고 버진 로드를 걷는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참고 또 참으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모두가 기피하는 클라이언트, 피하고 싶으면 피할 수 있었던 조직 생활과 달리 개인 사업에는 비를 피할 처마도, 우산도 없다. 모든 것은 스스로. 총대는 언제나 내 등에 철썩 달라붙어 있다. 누군가 내게 어른이 되어가는 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참는 거라고 말할 테다. 어른이 되는 일은 드레스를 입고 버진 로드를 걷는다고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참고 또 참으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물론 높은 확률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참을 일이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지만. 

역시, 어른이 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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