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엔딩 - 이도연 소설
소설, 비혼엔딩의 문장을 소개합니다.
“나, 비혼 주의자를 사랑해도 될까?”
결혼은 미루면 혼나고, 삶에서 도태되는 숙제쯤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난 긴 타향살이로 늘 안정감에 목말라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그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불현듯 결혼하자는 고백이, 프러포즈가 거북하게 느껴지다니…! 어른이 되면, 당연하게 결혼할 거라고 생각했다. 대학 진학, 취업처럼… 남들 다 하는 시기에, 남들처럼. 그래서 늘 안정적이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고 싶었는데, 호준은 그런 수준을 넘어 로또에 가까웠다.
-
매너를 온몸에 휘감은 그는 잘 빠진 외제 차 문을 열고 나를 에스코트한다. 하얀 피부에 쌍꺼풀 없는 작은 눈, 살짝 말려 올라간 입꼬리를 가진 이 남자라면 내 돈을 떼어먹을 일도, 직장이 변변치 않아 초조해할 일도 없겠지. 속물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니까. 이제 프러포즈 받고, 결혼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결혼이란 오랜 숙제를 마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