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엔딩 - 이도연 소설
소설, 비혼엔딩의 문장을 소개합니다.
“기획 2팀! 밀리고 있는데요. 기획 1팀 힘을 내셔야겠습니다. 여러분들은 큰 소리로 응원해 주세요! 영! 차! 영! 차! 어… 어…. 넘어갑니다! 기획 1팀! 넘어가요!”
사회자가 큰 소리로 “넘어갑니다!” 하는 순간 황 과장이 속한 기획 1팀 열 명이 순식간에 도미노 쓰러지듯 와르르 무너졌다. 1팀이 무너지는 걸 보던 김 선배는 저기 좀 보라며 손가락으로 기획 1팀을 가리켰다.
“어휴, 황 과장 저, 진상!”
“씨…발….”
여직원은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작은 소리로 욕을 했는데 황 과장이 그 소릴 들었다. 돈만 밝히는 줄 알았는데 귀도 밝았다.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하며 황 과장이 여직원을 향해 달 려들었다.
“아, 씨발. 적당히 좀 하라고!”
“너도 억울하면 내 거 만져!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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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팀의 줄다리기 일렬 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 나는 참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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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일도, 가족도. 3년 동안 일궈 놓은 것들이 3일 만에 휘청인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삶에 따르는 무게가 무겁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소름 끼치게 체감하게 되니 자꾸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진다. 선택을 미루고, 책임을 전가하고만 싶어진다. 마음이 얇아진다. 타인이 대신 결정하고, 현실에서 도망치고, 숨고, 회피하는 인생을 살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다. 나 이제 어떻게 하냐고.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는 스스로 책임지는 삶, 나다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