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도리작가 Apr 18. 2023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연진이라는 친구는 없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연진아 나 요즘 되게 신나이다.

공부를 새로 시작했다.

올해 방송대 법학과 2학년에 편입했다.

일 그만두고 한 3년 신나게 놀았더니 이젠 슬슬 좀 큰 프로젝스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법학과 고민은 1년을 했다.

돈이 들고 한번 시작하면 몇 년 동안 계속해야 하고 기왕 시작하면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에 고민이 길었다.

그 기간 공부보다 좀 더 노는 일로 소일거리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쳤던 심신은 이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알았다.

한 3년은 놀아야 치유가 되는 것이었구나 이제 알았다.

다시 공부하는데 일체의 망설임이 없고 마음이 편했다.


나는 법을 좋아한다. 예전에 공부할 때도 그랬고 일하면서도 그랬다. 법이 재밌었다.

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하는 분야이다. 매력 있다.

알았다면 법학과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몰라서 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다룬다는 면에서 법학과 심리학은 많은 부분이 닿아 있다.

판례를 읽으면 재밌고 놀랍다. 심리학과 많이 닮아서


졸업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2학년에 편입했다. -3학년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천천히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2학년에 편입했다.

남들은 무리라고 했지만 법이 생판 처음이 아니었기에 1학년과목까지 합쳐 전공만 5과목을 듣는다.

방송대의 특성상 강의부터 성적처리까지 오프강의 대학교보다 기간이 짧기 때문에 강의 수준이 아주 깊지는 않다. 하긴 15 강의로 한 개 과목을 강의하려면 집약적인 강의라야 가능하지 깊이 있는 강의는 힘들겠다 싶다.

물론 총론이 그렇고 각론이 있어 더 세부적인 강의가 이루어지리라. 지금 내 과목은 죄다 총론이다.

강의로 베이스를 깔고 더 궁금한 부분은 스스로 찾아 공부하는 거구나 싶다.


방송대라고 온라인 강의만 있는 건 아니다.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주고 지치지 않도록 3시간의 출석수업도 이루어진다.

성남에서 출석수업을 들을 때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3시간 수업 후 점심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뒷덜미에서 싸한 뭔가가 느껴져 쓱 뒤돌아 보았는데 앗 누가 날 쳐다보고 있다.

근데  그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분은 그러니까 소위 뇌성마비 증세가 있는 분이었다.

증세가 심해 보였다. 손이 뒤틀리고 목과 눈동자를 맘대로 가누지 못해 의자에 앉아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계셨다. 그러다 숙인 채로 고개만 들어 나를 보고 있었는데 앗 비도 오는데 좀 섬뜩한 기분이 들어 후딱 엘리베이터에 타버렸다. -죄송합니다.-


뭐지? 학교에 아무나 들어오는 건가? 하긴 무슨 출입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오려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겠지. 그런데 혼자서 뭘 하고 있었을까? 보호자도 없어 보이던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밥을 먹었다. 다음 수업을 위해 다시 강의실로 들어서는 길

이제 가셨겠지? 없겠지?

그분은 의자에 없었다. 가셨나 보네 다행이다.


강의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수업을 준비하는 직원이 빔프로젝트를 점검하는 등 분주하다.

그때 누군가 들어온다. 앗 그분이다. 천천히 기괴하게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미안하지만- 그런 분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마주친 적이 없이 좀 당황했다.

제일 앞자리에 앉는 그 사람. 

나는 그 사람이 학생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하고 

'아 어떡해? 저분. 잘못 들어온 거 같아. 쫓겨나는 거 아냐?'

출석 호명은 거의 끝을 향해 가고 그 사람은 계속 앉아있다.


"김 OO!"

"뇌에에~"

그 사람이 대답한다. 


학생이었다.

혼자 속으로 뻘쭘했다.

뇌병변 장애인들은 당연히 지능장애까지 있을 거라는 편견을 가졌다. 그런 분들이 어떻게 내가 하는 공부를 해? 16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겪은 적이 없었기에 형성된 편견이었을까?


선생님의 질문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오답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답변하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그분을 보면서 '뭐지?' 싶었다. 

와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분은 3시간 수업을 끝까지 다 듣고 선생님의 "혼자 괜찮겠어요?" 하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방을 메고 갔다.

와  와 브라보~ 멋지지 않아 연진아? 

정말 삶이 경이롭지 않니?


다들 알다시피 방송대는 평균 연령대가 높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 있다.

나이 들어 자발적으로 공부하러 왔는데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을까?

연진아 나 요즘 되게 신나

누구나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살고 있다는 것에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부지런히 해도 들어야 할 강의가 아직 많다.

권장진도율이 66% 내 진도율 60% 학과진도율 38%

잘하고 있네

오늘도 모두 모두 파이팅이다.








작가의 이전글 경계 너머, 일상의 확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