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미드소마' 그리고 '조' 3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달뜬 분위기를 유지한 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후일담을 흘려넣어 만들어진 속편. 기본적으로는 전작처럼 유머러스한 톤을 유지하다가도 가끔 필요한 순간에는 진지해진다는 점에서 전작과 구별된다. 우리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기대할 법한 내용들이 이번 편에 들어서야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스파이더맨: 홈커밍'보다 많이 아쉽다. 작위적인 상황을 뻔뻔한 유머로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기세와 달리,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 작위적인 상황은 끝까지 작위적으로만 남는다. 특히나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캐릭터가 동기에 비해 과정이 허술하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이 영화를 지탱하는 굳건한 힘이 있다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이제까지 쌓아올린 세계관이라는 괴력일 것이다. 이제는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는 이 세계관에서는 수많은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상황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이 세계관이야말로 이렇게 하나의 페이즈가 (그리고 대단원이) 끝났지만 앞으로도 마블 영화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두를 전율케 할 충격적인 쿠키 영상. 본편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자랑하니 직접 확인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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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Spider-Man: Far from Home, 2019)
dir. 존 와츠 (미국)
★★☆
특출나다. 아리 애스터의 신작 ‘미드소마’는 (‘유전’에 열광했을 많은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클래식한 공포영화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어디 이런 영화 만나기가 쉬운 일인가. ‘미드소마’는, 영화 전체적으로 ‘유전’의 마지막 20분을 길게 늘여 두 시간 반 동안 느긋하게 풀어놓는 느낌이다. 이때 아리 애스터는 ‘유전’에서 드러나던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작법에 빌어 이야기를 풀어가던) 기벽적 영화만들기의 장점을 ‘미드소마’에서는 (지극히 취향적이고 정말로 그다운 방식으로) 집착적일 정도로 파고든다. 그러나 ‘유전’과 ‘미드소마’는 공통적으로 특정한 사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적인 비관과 이에 말려든 인물의 방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일종의 인형극처럼 보인다. (실제로 ‘유전’에서는 미니어처라는 모티브가 다층적으로 활용되었고, 이번에는 배경과 인물을 유리시키는 환각의 묘사에서 비슷한 시도가 엿보인다. 줌-인한 다음 전혀 다른 상황을 제시하고 줌-아웃하는 장면이나, 집 안에서 비행기 안으로 시점을 옮기는 장면, 혹은 카메라를 180도 회전시켜 마치 이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장면들 역시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전작 ‘유전’에서 서서히 옥죄어오던 공포와는 달리, ‘미드소마’에서 공포가 유발된다면 그 이유는 (극 전체가 클라이막스처럼 짜여져 있는 구조 속에서) 갈 데까지 가다가 끝에서 장렬히 산화하기 때문이다. ‘미드소마’는 다소 예상 가능할 법한 결말로 치닫으면서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탄식까지 내뱉게 한다. 아리 애스터의 이 뚝심있는 두 번째 영화는 뒤틀린 사랑영화이자 해맑은 호러영화이며 무엇보다도 올곧은 가족영화다. 소포모어 징크스에 일절 구애받지 않은 아리 애스터는, 그렇게 ‘유전’과 ‘미드소마’를 경유한 그의 세 번째 영화를 기대해야만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아마 이견없이 올해 최고의 영화 중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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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 (Midsommar, 2019)
dir. 아리 애스터 (미국)
★★★★
마치 징검다리 없이 개울을 건너려는 듯한 영화. 이야기하고픈 목표는 확실히 있는데 거기에 도달해야 할 이야기의 플롯이 자꾸만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사건이 핵심을 건드리고 플롯이 한 차례 도약해야 할 시점마다 마치 영화에 거대한 구멍이 난 듯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질 않는다. 특히나 인물의 감정선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러한데, 이 영화가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더욱 이상하다. 진짜가 아닌 감정과 진짜라고 믿는 감정 사이의 대립을 다루고자 하는 의도는 흥미롭지만, 드레이크 도리머스의 '조'는 말하자면 비슷한 소재로 다른 접근을 시도했던 영화들, 예컨대 스파이크 존즈의 '그녀', 마이클 알메레이다의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내지는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최근 몇 년 간 이루어냈던 영화적 성취를 달성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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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Zoe, 2018)
dir. 드레이크 도리머스 (미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