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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종 Oct 14. 2022

진짜 ‘나’를 찾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죽음 그 너머 보이는 사랑을 만나다

3. 죽음 그 너머 보이는 사랑     

내일이 없다는 생각이 매일매일 나를 짓누르는 나날을 보내다 결국 베란다실 난간 위에 올랐다.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누굴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어머니’였다. 아파트 9층에서 떨어진 나의 모습을 가장 먼저 발견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왠지 너무 슬펐다. 적어도 그 모습만큼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한강대교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지하철 속에서 생각을 이어갔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누굴까? 다리 위 자살 방지 문구처럼 수많은 사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난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구나.     


청소년기의 특징 중 하나는 심리적인 면에서 좌절과 불만이 잠재하여 반항과 일탈을 서슴지 않으며 정서적인 동요가 심해 극단적인 생각과 과격한 감정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청소년기가 거친 바람과 화난 파도처럼 변화가 심하고 불안한 시기임을 비유한 표현이다. 가장 불안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지 모르는 인생의 고민 한 줄기가 나에겐 좀 일찍 찾아왔다.      

한창 자아를 찾아가던 시기, 더 이상 인생의 경로가 보이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던 그때, 죽음의 문턱에서 그 너머 살며시 보이는 사랑을 만났다. 그런 뒤로는 어머니의 잔소리와 핀잔이 사랑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모든 잔소리란 게 참 듣기 싫은 건 맞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포기하지 않을 힘이 생겼다.      

사랑, 삶
                                김하종     
삶을 사랑해 본 사람이어야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고     

사랑하는 삶을 살 줄 아는 사람이어야
       비로소 삶을 사랑할 수 있다.    

사랑과 삶 사이에서
       오직 사람만이 해낼 수 있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직 사랑삶만을 살고 싶다.          


오히려, 자식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어머니 당신의 삶이 안쓰러웠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일찍 여의고 동생들을 책임져야만 했기에 대학 진학은 생각도 할 겨를없이 상고에 진학해 돈을 벌기 시작해야 했다.   

  

스물넷의 나이에 첫아들을 낳고, 전라도 시골 청년을 따라 아무것도 없이 서울로 상경해야 했다. 둘째 아들을 낳자마자 IMF의 풍파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돈이 생기면 본인 옷을 한 벌 사 입는 것보다 자식들 옷과 신발을 사다 주기 바빴다. 없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 결국 서울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얻었고 자식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누가 내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세종대왕 이전에 나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라고 대답하련다. 서른 즈음에 돌이켜보면 과연 내가 스물넷의 나이에 아이를 낳고, 그 힘든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사실 자신이 없다.      


내가 결정하는 삶만큼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없다. 사람은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부모님 사회가 정해주는 인생의 방향에 맞춰가는 게 과거의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게 바람직한 시대다.      


자기 삶의 주인 되려면 스스로를 잘 알아야 한다. 어머니의 어긋난 사랑, 과도한 관심과 간섭은 착하디착한 모범생에게 ‘나’를 잃어버리게 했지만, 결과적으론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한 계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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