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전용도로 대신 노상주차장?…시대 거스르는 반 기후적 발상
자전거 전용도로 대신 노상주차장?…시대 거스르는 반 기후적 발상
노상주차장 확대, 오히려 교통체증·대기오염 유발 증가시킬 것
지난달 18일, 춘천시장이 시청 인근 조운동 주민들을 만나 노상주차장 조성 사업개요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골자는 시가 시청 주변 주차난을 완화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청 둘레 자전거길 전용차로를 노상주차장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청사 동문 자전거 전용차로 180m 구간을 1구역 15면과 2구역 17면의 노상주차장으로 조성하고, 서문 옥천길 구간 50m는 버스 3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구획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르면 5월에 공사를 시작해 7월 중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후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했다. 춘천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새명동 공영주차장이 폐쇄되면서 지역 상인들의 민원이 많았다”라면서 “노상주차장이 조성되면 새명동 상가 거리 주차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 지난달 25일 춘천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차량 32대 더 늘어나는 게 지역 상권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연 친화적, 인간 중심적 공간을 조성해 주변 상가와 시민 모두에게 이익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기후행동 춘천지역지부도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 대신 노상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시대를 역행한 반기후적 정책”이라며 “춘천시가 정말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면 본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노상주차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단기적인 미봉책에 지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대학생기후행동 춘천지역지부는 올해 단기 프로젝트로 ‘지구방범대 : 주차장 침공편’을 준비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주차장 한 칸 줄이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5~6월은 대시민 인식조사와 이해관계자 인터뷰, 7~9월은 주차장 증설과 폐지를 두고 서로의 의견 차이를 고민할 수 있는 역할놀이 카드 제작 및 이해관계자 워크숍, 10월은 파클렛을 활용한 ‘주차장 한 칸 줄이기’ 예술 행동을 통해 시내 주자장 한 칸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파클렛parklet이란 공원park과 두다let의 합성어로, 도로변 주차장을 공원으로 변용하는 것 또는 도로변 주차장에 조성한 미니공원을 의미한다. 거리 가구를 활용하여 임시로 공원 환경을 조성하거나 맞춤형 가구 유닛을 제작해 설치하기도 한다. 최근 여러 지자체가 ‘기후동행카드’처럼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무상화와 완전 버스공영제 등을 대중교통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효자동에 거주하는 30대 청년은 “춘천시가 자전거로 충분한 도시가 되지 못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당장에 민원 처리를 위한 도시 행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과 도시 비전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출처 : 《춘천사람들》
https://www.chunsa.kr/news/articleView.html?idxno=6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