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피디 방학일기 #6
비건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생일을 맞은 친구가 골랐거든요. 비건 카페에서 만나 커피와 케이크를 즐긴 후, 비건 식당에서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기 전까진 걱정 투성이었어요. 점심에 고기를 충분히 먹고 갈까? 맛에 대해 좋은 리액션을 못하면 어쩌지? 급기야 다른 곳을 추천해 볼까, 고민도 잠시 해보았지만, 일 년에 열 번 정도 만나는 친구인데 딱 한 번 못 가볼까 싶었어요. 아홉 번은 저와 함께 흔쾌히 고기를 먹어주는 친구니까요. (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 베지테리언은 아니라고 합니다)
너무 기대치를 낮추고 가서였을까요? 반신반의하며 먹어본 비건식은 맛있었습니다. 뭐야 나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맛이잖아? 친구를 위해 “타협”하는 마음으로 그곳에 나갔다는 사실이 조금 민망해졌습니다.
관계에서 “타협”이라는 단어를 쓰면 왠지 뭔가를 포기하는 느낌이잖아요. 누군가의 것을 존중하기 위해 나의 것을 양보한다는 의미니까요. 그렇지만 집에 돌아와 고기만두를 먹으며 (…)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포기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냥 친구의 세계를 잠깐 구경했을 뿐이고, 나는 여전히 (고기만두를 먹는) 나이고. 친구가 추구하는 것을 100% 이해하거나 동의해야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나와 다르다고 해서 너무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건 거창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가끔 그 사람의 선택을 함께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인데. 그리고 그 경험이 생각보다 좋아서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도 있는 것인데. 나도 모르게 점점 닫혀가는 문을 친구가 살짝 잡아준 것 같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