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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16. 2024

이스탄불 일상 즐기기

현대미술관, 거리구경, 고등어케밥

따뜻한 차가 필요했나 보다. 초록색 네온사인으로 Herbal tea라고 쓰여있는 카페에 들어왔다. 따뜻한 몸을 녹이기 위해서도 있고 와이파이 사용도 하기 위해서다. 3일 동안 이동의 스트레스가 있었고 이동 시간 때문에 잠도 많이 못 잤다. 그래서인지 어제 글을 쓰다 10시 반쯤 일찍 잠에 들었다. 휴직에 들어가고, 엄밀히 말하면 한 달 동안은 유급 휴가 상태이지만, 일상이 없어 2-3시에 잠들곤 했다. 처음으로 제 리듬으로 돌아왔다. 8시 부근에 눈이 자동으로 깨졌다. 어떤 허벌티가 있나요? 하고 물었더니 왼쪽을 가리키며 고르라고 한다. 종류가 많네 티백이 아니라 직접 우리는 거라 좋다. 릴랙스티로 하자.


어제 비를 맞아서 으슬으슬하다. 싸구려 호텔이지만 난방기가 있어 중간 정도로 올리고 잤는데 만져보니 아직 따뜻하다. 싸구려 호텔이지만 나름 외출하고 돌아오니 청소도 되어있고 어지럽힌 것도 정리되어 있다. 아부다비 호텔보다 수압이 정상적이어서 좋지만 방음이 안돼서 밖의 소리가 너무 잘 들리고 공간이 좁다. 근데 나 이스탄불 와서 이틀 내내 잠을 너무 잘잔다. 불편한 꿈을 꾸지도 않고 숙면을 취한다.


아침은 7:30-10:30으로 길어서 자유롭다. 9시 반쯤 느지막이 아침을 먹으러 간다. 얼마 되지 않는 선택지로 매일 여러 조합을 시도해야 한다. 아직 이틀째라 어제 안 먹은 번 같이 생긴 노릇노릇한 빵과 터키식 차이를 따라 마신다. 교육 할인을 받아 아이패드도 샀다. 나중에 강남역에서 찾아야지.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 스마트키보드를 샀고, 교육할인에 무료 애플펜슬까지 해서 180 얼마인가에 결제했다. 이렇게 사니 좋다.


입국하면 대학원 입학식도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피곤해서 못 갈 것 같다. 간다고 하긴 했는데 온라인으로 들어야겠다. 화요일에 예비수강신청을 했는데 다행히 모든 과목 신청이 가능했다. 수강신청해 본 지가 오래라 예비 장바구니는 또 뭐고 아 한국 시간에 맞춰 수강신청 해야 하는구나, 혼돈스러웠으나 숙지를 잘했다. 다음 주에 하는 진짜 수강신청에서 잘해야지. 듣고 싶은 과목이 꽉 찬 것으로 보였는데 막상 수강신청해 보니 아니었다. 그래서 12학점, 4일 등교가 되어 버렸는데 일주일에 4일은 힘들 듯하다. 전공 필수 하나를 빼고 듣고 싶은 교수/내용인 3과목만 듣는 걸로 마음을 바꿨다.


트램을 타고 톱카즈 역을 향해 가고 있는데 제이넵에게서 연락이 온다. 자기 친구들을 초대해서 같이 봐도 괜찮냐고. 에스키셰히르에 4월에 한국 가는 친한 친구가 있고 퀴타히야에서도 친구를 초대할 수 있다는 거다. 응 네가 괜찮으면 나는 새로운 사람, 그리고 네 친구를 만나는 것 좋아! 그 친구들 시간에 맞춰서 자유롭게 만나도 돼! 그리고 4월에 그 친구랑 서울에서 봐도 되구! 하고 답장을 보냈다. 내일 에스키셰히르 가기 위해 아침에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이 경로가 맞는지 제이넵에게 구글맵을 캡처해서 보내주니 맞다고 했다. 기껏 기차 예매했는데 아침에 엉뚱한 데로 가면 안 되지.

트램에서 내리니 Istanbul Modern, 하고 오른쪽으로 방향표시가 잘 되어있다. 역시나 모스크가 바로 눈에 보인다. 모스크가 진짜 많네.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 입장 때는 짐 검사와 몸 수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금요일 오전 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고 한가하다. 500리라나 하네. 입장료가 꽤 비싸다. 입장료를 끊어주는 여자 직원은 Where are you from? 하고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니, “감사합니다” 하고 말한다. 루브르 아부다비에서랑 완전히 똑같은 장면이다. 미술관들은 다 그런가.


공간에 들어가면 처음 보이는 작품
항상 붉은색에 끌린다
컬러 조합이 좋다
거울, 영상을 활영한 입체적인 공간 아트

전시 공간이 있는 위층으로 올라간다. permanent/temporary 하고 나눠져 있다. 오늘도 역시 마호가니 색, 붉은색에 끌려 다가간다. 영상 아트도 많고 회화도 좋다. 설명 써있는 것을 보니 프랑스에서 공부한 터키인 화가들이 많다. 오길 잘했다. 마음이 편안하다. 일정에 촉박하게 다니지 않으니 좋다. 미술관 제일 위층에는 테라스가 있다. 360도 전경을 볼 수 있다. 바다가 보이고 갈매기들이 끼룩거리고, 멀리 언덕 위 건물들 전경이 아름답다. 오늘까지도 날씨가 흐리고 추워서 그레이 이스탄불이다. 우중충하고 우울한 정서가 좋다.

지난달에는 2주 동안 감기약을 먹고 그 뒤로 최근에는 2주 넘게 위장약을 먹었다. 지난주에는 거의 금식, 하루 한 끼, 두 끼는 아주 양을 적게 먹었고 배가 아프니 여행 중에도 끼니를 제대로 못 먹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를 기점으로 배가 좀 나았다. 영양이 부족한지 손이 벗겨지고 오래 자도 피로하다. 작품을 구경하다 의자가 보이면 계속 앉아서 쉬다, 걷다 반복했다. 1시쯤 되니 배가 고프다. 구글맵에는 주변에 식당이 많다고 뜨는데 바다 전경 쪽이라 그런지 다 고급 식당 밖에 없다. 한 블록 안쪽으로 걸으며 식당들을 구경한다. 여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다.


노천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 가끔 옷을 파는 곳도 있어 들어가 구경한다. 관광객 거리인 갈라타나 탁심, 술탄 아흐멧 쪽 구시가지와 달리 조금 가격은 있지만 입을 만한 옷들을 판다. 퍼코트를 파는 곳도 발견했는데 괜찮은 퍼코트를 보니 2000달러이다. 밍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아마 천연 퍼코트 같다. 우연히 정처 없이 걷다가 만나는 샵들을 구경하는 게 새롭고 재밌다.

Fish kebab please

무언가 단백질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양고기 스테이크를 먹을까 했다. 그런데 걷다가 고등어 케밥이 자주 보여 앉을자리가 있는 곳을 들어갔다. 할아버지가 케밥을 판다. 한 사람은 고등어를 굽고 주문이 들어오면 가시를 빼고, 할아버지는 또띠아를 펼쳐 야채를 담고 케밥 만들 준비를 한다. 당근과 양상추를 놓고 오른쪽에 있는 소스를 순차적으로 뿌리고 왼쪽 사람이 손질한 구운 고등어 두 줄을 주면 넣고 둘둘 싼다. 그런 다음에 모든 면을 한 번씩 구워 눌러준다. 마지막으로 가루 소스를 뿌린다.


한 입 먹어보는데 처음 입에 닿는 가루소스가 짜다. 케밥과 함께 씹으니 간이 잘 맞는다. 나에게는 아주 약간 짜긴 하지만 조화롭다. 맵진 않고 매콤한 느낌의 빨간 가우와 각종 향신료들이 버무려져 있는 것 같다. 고소하고 맛있다. 심심하지 않은 맛이다. 이틀 동안 먹은 소고기, 양고기 케밥보다 맛있다. 다른 집에서 또 먹어야겠다. 140리라를 현금으로 내고 나왔다. 현금을 뽑아 둔 게 거의 다 떨어져 가서 카드로 하고 싶었는데 언뜻 보니 현금으로 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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