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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Apr 17. 2024

후쿠오카 경제는 한국인이 살린다

유후인, 편의점, 오호리공원 벚꽃

봄날 유후인의 한적한 곳에 감성있게 서있는 자판기 색감

3월 말쯤 이제 일본 물가가 오를 거라는 기사를 봤을 때 아 왜 하필 내가 일본 비행기 예약했을 때야, 하고 잠깐 생각했으나 정책 시차가 있을 거라 믿었다. 다행히 작년에 880원일 때(내가 사고 나서 큰 폭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해 큰맘 먹고 바꿨는데 바로 후회했다. 난 주식도 코인도 하지 말고 예금만 해야지 ) 백만 원 정도 바꿔 놓은 엔화도 있고 네이버 기본 환율로 엔화가 900원 아래일 때, 그리고 체감 물가도 아직 쌀 때 일본을 다녀왔다.


물가가 싼 데다가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드럭스토어도 시내에서 쉽게 tax refund이 되니 엔화까지 싸면 결과적으로 엄청나게 싸다. 백화점은 5퍼센트 할인까지 해준다. 명품 매장에서 다 줄이 없이 바로 들어가는데 유일하게 셀린만 줄이 길고 오래 걸린다. 다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은 왜 일본만 가면 셀린을 그렇게 사 오나? 돌아 다녀보니 펜디, 입생로랑, 구찌 등 다 한국보다 저렴하고 셀린하고도 저렴한 폭이 비슷하다. 입생로랑에서 22만 9천 엔에 결제한 가방은 관세 자진신고 8만 원을 하고도 한국보다 40만 원을 싸게 샀다. 누가 봐도 신상 구찌 가방을 척-하고 메고 들어온 한국 여자는 당당하게 관세 필요 없음 줄로 나가던데 아무도 안잡고 아무도 신고안하는데 나혼자 했나. 관세 자진신고를 모바일로 하고 신고하고 나가는데 일단 신고했으면 짐 검사는 따로 하지 않고 무심하게 그냥 보내준다. 축소 신고를 했을 수도 있지만 자진 신고까지 하니 그냥 믿고 보내주는 건가. 내가 잡으면 잘 잡을텐데. 그 신상구찌 언니 잠깐 서보라할텐데. 직원들도 저녁이라 그런지 별로 잡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 로마, 파리, 하와이에서 입국하는 거대 손님을 잡으면 되니 하루에 열두 번씩도 다니는 후쿠오카발 손님 정도는 신경도 안쓸 듯하다. 문득 후쿠오카발 비행기 손님을 타겟으로 우수수 걸려서 소문이 나 한국 사람들의 후쿠오카에서의 소비가 위축된다면? 후쿠오카시에서 한국에서 관세 잡는 사람들한테 로비라도 하면 시에는 도움되겠다는 상상에 빠졌다.


길을 걸으면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내가 일본인들을 따라 왼쪽 편에서 걷고 있으면 마주 보고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일 확률이 높다. 당연히 우측통행이 몸에 배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나도 모르게 오른편에 선다. 그러다 한 십 초 뒤 다들 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른 방향으로 고쳐 선다. 후쿠오카 공항은 물론이고 하카타역, 백화점, 드럭스토어, 로피아라는 유튜브에서 알려진 싸다는 마트, 유후인 같은 관광지도 한국인이 많다. 유후인의 금상고로케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 한국인이다. 한국인들이 줄 서는 데는 실패를 안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맛! 200엔으로 관광지치고도 엄청 싼데 따뜻하고 알찬 맛있는 고로케다!


2시간 동안 유후인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는 90프로가 한국인이다. 이곳은 한국인이 점령한 한국이다. 앞뒤 좌석으로 익숙한 말씨가 들리는데 너무나 100프로 알아듣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향하는 길에 펼쳐지는 산, 들, 가옥 뷰는 이국적이다. 한국인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이곳이 한국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어쩌면 후쿠오카는 아줌마 아저씨들끼리도 배낭여행 올만한 곳 중 베스트이다. 한 시간 정도 거리에 후쿠오카 공항, 시내, 버스터미널 어디든 한국어로 안내판이 되어 있고 번역기로 다 통한다. 일본어 한마디 안 하고 여행이 가능하다. 지하철이 다니는 시내 중심가에 뜨끈한 온천 호텔이 많다. 근교 여행할 곳도 많고 버스, 기차 등 편리하다. 초딩때 구몬일어로 가타카나 3주 배우다 포기하고 일본어 까막눈인 나는 식당에서 메뉴판은 번역기에서 사진을 찍어 쉽게 해결했다. 드럭스토어에서 위장이 쓰릴 때 먹는 약을 찾으니 약사같은 분이 번역기를 이용해 오랜 시간 꼼꼼히 물어보며 약을 골라 주셨다. 쥐어 짜듯이 아프냐 배가 안부를 때도 아프냐 등

한적한 유후인 산책

집에도 사온 우유푸딩


계란 샌드위치는 최소 하루에 하나씩은 먹어 줘야 한다. 너무 부드럽고 크리미 하고 계란 맛이 풍부한데 편의점 맛이 아니다. 계란 샌드위치 역시 일본 편의점, 하면 한국인이 열광하는 전형적인 제품이지만 전형적인 것을 따르고 싶을 땐 이와 같을 때다. 실패 없는 김맛 과자들처럼.


나는 로손을 제일 좋아한다. 계란 샌드위치가 세븐 일레븐보다 맛있고 나의 사랑 도지마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 먹어본 우유푸딩은 한입 먹자마자 미소를 지으며 바로 행복해지는 맛이다. 환상적인 맛이다. 그렇게 막 탱글하고 베이지색 바닐라 향의 푸딩이 아니라 요거트같은 제형에 우유향이 정말 ‘가득’하고 고소함이 엄청나다. 왜 강추라고 그리 써 붙였는지 그 자신감을 알겠다.


청바지맛집 이스탄불에서 산 와이드청바지


오호리공원은 오전인데도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많다. 일본 현지인들이 더 많다. 현지인들은 주로 돗자리를 펴고 풀밭에 앉아있다. 일본 사람들, 산책하는 강아지들 구경하기 좋고 한적하고 산책하기 좋다. 연못에 떠다니는 오리들이 먹이 잡는 모습을 구경했다. 종아리보다 두껍고 큰 붕어들은 새까만 게 너무 징그럽다. 날씨만 조금 더 맑으면 좋았을텐데.


오호리공원 내 스타벅스는 또다시 한국이다. 한국인이가득하다. 4월의 후쿠오카 스타벅스는 메론 음료가 한창이다. 큰창 밖으로는 공원과 호수가 보인다. 뷰도 좋고 산책하다 쉬어 가기 좋다.


한국인 점령지 스타벅스.


벚꽃길은 일주일 전에만 왔어도 말도 안되게 예뻤을 것이다. 4월 둘째주가 되니 벚꽃이 거의 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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