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극 T라고 까지는 생각을 안 했는데 나와 처음 만난 사람들이 T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중에서도
“100에 가까운 T 같은 사람은 살면서 처음 봐요”,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내가 뭐 그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 “그 정도는 욕 아니에요?” 하고 되묻긴 했지만.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로 나오는 수지의 연기 말투가 어색했다. 대사를 통해 볼 때 나를 관찰하고 모티브로 삼아서 연기를 했으면 낫지 않았겠나 싶었다. 그렇게 일부러 말투를 과장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좀 안타까웠다.
직장에서 강강약약인 나는 쌉T 모먼트들로 통쾌해하는 사람도 있고 통쾌했다고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다. 글도 솔직함에서 공감이 가는 날카로운 구석이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내 생각을 읽는 게 긍정적으로 자극이 되고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생기고, 가끔 구독자 수가 한 두 명 줄어든 걸 발견할 때 어떤 부분이 불편해서 취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남에게 관심이 잘 없고 신경을 잘 안 쓰지만 의식이 닿는 순간들도 있다.
그냥 발설의 창구가 필요할 때 글을 쓰는데 전체 글이 문득 백만 뷰를 넘은 것을 보았을 때는 백만 명 이면 5천만 인구라 보았을 때 국민 50명 당 1명은 내 글들 본 것일까? 하고 생각하며 지하철 한 칸에 타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이중 한 두 명은 내 글을 본 적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고 잠깐 생각했다.
오늘은 통계를 돌리고 난 결과를 정리해야 해서 논문을 작성하러 스타벅스에 갔다. 소비를 최소화하며 사는 짠순이 백수이지만 생일달에 제공되는 무료쿠폰을 쓸까 했다. 3시 반에 가서 열심히 쓰다 보니 밥 먹을 시간이 되었다. 7시 반쯤 ‘언제 오니’ 하고 문자가 왔다. 엄마가 갈치조림을 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뒤 출발’ 하고 답장을 보낸 뒤 마무리했다. 챗 지피티가 없으면 졸업을 못할 뻔했다. 모르는 것을 잘 알려주고 퇴고도 도와주는 나의 선생님.
오늘 마신 핫 초콜릿의 카페인 때문에 뜬눈으로 2시가 되어 글이나 쓸까 하다가 일기앱을 키니 불효 모먼트에 관해 간단히 적어 놓은 게 있었다.
1
“딸내미 먹인다고 손이 다 디고 베고 난리다. 이 손 좀봐“ 하고 요리하다 손을 덴 엄마가 오랜 세월 동안 요리하며 손에 남겨진 자국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그건 엄마가 간수를 잘 해야지 “
2
“(나) 나 죽으면 회사에서 본인상으로 사우회에서도 임직원이 월급 갹출해서 얼마 나올 거고. 회사 보험이나 내 생명보험에서 나오면 목돈 좀 될 거야. 그거 써 “
“넌 자식이 죽었는데 내가 그 돈 타서 퍽이나 좋기도 하겠다”
3
“(나) 아 난 결혼도 안 해서 회사에서 주는 경조사비를 한 번도 못탄다. 엄마가 나 정년 전에 00년 안에 죽어야 이득인데 엄마 그 안에 죽을 거야? 더 오래 살 거 같은데. 손해다. ”
“아유 85세 전엔 죽어야지 더 살아서 뭐 해. “
4
“너 여행하다 어디 잡혀가면 암호는 000이야. 내가 또 보이스피싱인 줄 알 수도 있으니까 명심해. 나도 어디 잡혀가면 000 말한다. ” 캄보디아 사건이나 무슨 외국에서 납치된 뉴스기 나오는 유튜브를 보면서 엄마가 말한다.
“(나) 엄마는 뭐 잡혀가도 오래 살았는데 뭐.”
5
“넌 대체 방에 이 많은 머리카락이 안 보이니? “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며 말한다.
“(나) 응”
“어후 세상에나. 이거 수건을 빨래라고 개논거니?”
“(나) 뭐가. 어차피 펴서 쓸건데 그니까 나 왜 시켜.”
6
“(나) 엄마 뭐야. 왜 또 전기세 아깝게 전기 장판을 안끄고 나가.. 아휴 8시간을 쌩으로 켜놨네. 아까워 죽겠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녀야지.“
mbti가 나와 정 반대인 우리 엄마는 도대체 내 속으로 뭔 이런 또라이가 나왔냐고 하면서 나에게 기대치기 전혀 없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무것도 안 시킨다. 널브러져 있든지 12시 1시까지 자든지 안 깨우고 신경을 안 쓴다. 어쩌다 빨래를 세탁기에서 빼서 건조기에만 옮겨 넣어놔도 좋아한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는 사람이 없으니 백수 생활이 체질에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