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피지컬 아시아>
예전에 재미있게 본 <대탈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본 김동현은 큰소리, 귀신, 좀비 등에 겁이 많고 추측이 이상한데 근자감이 넘치는 그런 웃긴 캐릭터였다. 피지컬류의 프로그램은 우연히 <피지컬 아시아>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선수들의 체력과 끈기, 협동심이 너무 존경스럽고 또 과정을 보는 게 올림픽 마냥 재미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이 김동현이다. 나는 오로지 예능을 통해서만 그를 접했었기에 김동현을 다시 봤다. 그는 팀장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본받을만한 리더십이 있었다. 우리 회사에 이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요즘은 무서울 것 없는 MZ 을에 의한 신고가 많아져 갑질하던 사람들이 몸을 사리지만, 오로지 성과에만 눈이 뒤집혀있고, 모욕적인 말을 하며, 작은 실수에도 초등학생 혼내듯이 혼내고, 까라면 까지 말이 많다는 식의 관리자들이 있다. 이들은 따르고 싶은 리더가 아닌 그냥 얼른 은퇴나 했으면, 하게 되는 관리자이다.
김동현은 팀원들 통솔을 잘하며 남다르게 응원한다. 팀원의 의견을 경청하여 전략으로 반영한다. 자기 생각대로만 밀고 나가지 않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큰 수를 둬보자는 팀원의 제안을 믿고 실행해서 우승했다. 프로그램에 나와 자기가 잘나서 돋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팀원의 자질에 질투하는 리더도 아니다.
성과만을 강조하며 무조건 이겨야 해, 넌 할 수 있어! 하고 부담 주면서 밀어붙이는 응원이 아니라, 당연히 우승하러 나왔으므로 승부욕이 있지만 부담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응원하는 말투가 귀엽다.
“최선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3등 하면 위험할 수 있다! “ 하고 미워할 수 없게 말하거나
“2등 하면 좋아~~~ ”
하는 응원을 하는데 매 게임마다 몰입하며 팀원들을 진심으로 독려한다. 어떤 국가의 응원을 보면 할 수 있어! 하면서 응원하는 표정과 아우라가 너땜에 떨어지면 죽는다, 하는 살벌함이 가득해서 무섭다. 김동현은 3등 한 팀원에게는 아쉬운 표정을 금방 거두고 괜찮다고 격려하며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 안 그래도 본인이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놓고 무조건 2등 안에는 들어, 안 그러면 우리 떨어진다! 하고 강한 부담을 주는 것보다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고 응원해 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또 굉장히 낙관적이다. 뭐든 할 수 있고, 해보자, 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게 운동선수들의 남다른 도전정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욕도 인상적이다. 다 남자들만 출전한 경기에서 우리는 여자가 포함되어 경기를 해서 2등만 해도 다행인 버티기 경기를 하는데, 필리핀에서 먼저 떨어졌다. 나라면 팀원이 너무 힘들게 버텼으므로 이제 내려와도 돼!라고 할 것 같은데, 팀장은 “야 이거 해보자. 더 버텨!” 하는 것이다. “오늘 여기서 집에 가면 잠 못 잔다.” “오늘 우리 마지막이다 잘하자” 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지만 너희의 힘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는 뉘앙스가 리더답다. 팀원들에게 따뜻하기만 하고 적당히 적당히 주의인 리더십은 한계가 있는데, 김동현은 적당히 따뜻한 관심과 동시에 실력도 끌어올려서 동기부여하면서 궁극의 목표인 팀 성과로 향하는 리더십을 가졌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본인의 실력이 과도하게 뛰어난 팀장은 그 스킬과 역량에서 배울 점이 분명 많기는 하지만 팀원들은 그 욕심과 요구를 수용하기에 버겁다. ‘나는 이 정도는 무리 없이 했는데 뭐가 문제야?’ 하고 의도하지 않게도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모두가 다 자기 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또는 실력이 뛰어난 소수의 구성원에게 과도한 업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리더도 있는데 아무리 역량을 끌어내려고 한 것일지라도 구성원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번아웃되기 쉽고, 보상까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면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퇴사해 버릴 수도 있다.
김동현의 팀원들이 어떻게 느꼈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우리 삶 속의 리더가 김동현의 리더십을 보인다면 좋겠다. 본인의 역량도 존경받을만한 실력을 가졌고, 혼자 돋보이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한 과도한 욕심을 발산하지 않으며, 조화로운 협동심과 성취를 추구한다. 또 그 과정에서 자기도 최선으로 분담하면서 팀원 각각의 역량을 끄집어내고 건강하게 동기부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 책임 추궁에 에너지를 쏟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며, 피드백도 듣기 싫은 잔소리가 아니라 겸손하고 진정성 있게 해주는 리더. 적어도 우리 조직에선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