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오기 전부터 인도인들의 'No problem'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문제없어"라고 말하면 동의 혹은 승낙의 말이지만 인도의 경우, No problem이라고 말해놓고 실제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No problem의 유사어로는 'I'll try to do that' 혹은 심지어 'Yes'가 있다.(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의 컬처 워크숍 강사에 따르면 Yes라고 해도 일이 진행될 확률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을 다 한 셈이다.)
워크숍 강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소리 중 하나가, 거리에서 인도인에게 길을 물어보면 열이면 열이 길을 알려주겠지만, 그중 제대로 된 길을 알려주는 사람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도인들은 No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무례하다고 생각하며,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것보다 확신할 순 없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말하는 게 예의 바르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이러한 생각에 대해 마음속 깊이 공감하진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뿌리 깊게 내려온 강한 카스트 위계질서 그리고 식민 역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것도 일종의 경향성이기 때문에, 나의 경우엔 아직 이런 경험을 직접적으로 해본 적은 없다만, 어쨌든 언젠가는 일어날 일. No problem으로 인한 오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소한 대처 방안들이 궁금해서 워크숍 강사에게 질문을 했고 생각보다 도움이 되는 답변을 얻었다.
첫 번째 팁, "만약 No라는 답변을 듣고 싶다면, 'It's okay to say no'라고 해라." 그러면 인도인들은 많은 경우 No라는 답변을 줄 것이다.
두 번째 팁, "문서를 작성해라." 이 점이 개인적으로는 인도에서 사업할 때 중요한 부분으로 보이는데, 말인즉슨 진짜 일을 하게 하고 싶으면 모든 것을 문서로 남겨놓으라는 것이다. 문서로 작성해놓으면 일이 실제로 이행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인도인들이 회의만 끝나면 왜 그렇게 열심히 MOM(Minutes of Meeting, 회의록)을 작성해서 주는지 깨닫게 되었다. 정말 평소에는 일처리가 느린 인도인이라 할지라도 MOM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리 써서 준다. MOM을 보면, '내가 할 일은 무엇 무엇 무엇이고, 네가 할 일은 무엇 무엇 무엇이다. 이것의 기한은 언제까지다.'와 같은 부분들이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No problem 문화와 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도의 'Jugaad'(우회 법 혹은 편법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힌디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