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gong Jan 14. 2022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일까?

Feat. 문과의 영원한 고민

요샌 한창 코딩, 통계, 데이터 사이언스가 유행이다. 나는 사회과학대학을 나왔는데, 내 주변 친구들 중 컴공이나 통계학을 복전한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 또한 대학교를 다닐 당시, 잠깐 코딩하는데 흥미를 느낀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는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서, 유형의 Hard skill을 손에 넣음으로써 불안함을 해소하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요새 유행하는 MBTI도 어느정도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지 모르니, 이미 정의된 타입을 통해 자신의 장점이나 특징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내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나를 오롯이 이해하는 것이지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나 자신을 파악하지 못했다. 꽤 많은 사람들은 이 탐색 과정을 일찍히 포기하고, 유형의 Hard skill을 손에 넣어서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본인의 흥미 적성과는 무관하게 로스쿨, 개발자 등으로 일찌감치 노선을 정하는 것들이 그러한 행위일 것이다.(모든 로스쿨생, 개발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분명히 좋은 길이지만, 그 사람이 조금 더 길을 열어뒀다면 다른 쪽으로 더 두각을 드러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사업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은, 개인의 장점은 하드 스킬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우리 대표는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아주 손쉽게 한다. 내가 옆에서 "너, 대단하다"라고 하면, 본인은 대수롭지 않은걸 왜 대단하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는 듯 대답한다. 보통 이런 식이다. 본인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라, 장점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가버린다. 나는 본인이 당연하게 행하는 것들이 오히려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저렇게 남들에게 쉽게 연락하는 성격은 일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마도 세일즈를 매우 잘할 것이고, 이곳저곳 잘 두드려보니 재원도 잘 끌어올 것이다. 사소해보이는 개인의 특징은 적합한 영역을 찾아나가기만 하면 매우 큰 성과로 연계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를 잘 깨닫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장점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자꾸만 유형의 Hard Skill을 익히는데 힘을 쏟는다. 이는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기도 하다.


우리가 자아 탐색에 고생하는 이유는, 내 생각으로는 우리가 직업을 구하기 직전까지 한번도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 교육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고등학교 대학교 내내 '성적'이라는 획일화된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세밀한 개개인의 장점들은 죽어버린다. 대신,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 그냥 '똑똑하다'라는 말로 모든 재능이 퉁쳐지게 된다. 예를 들면, 전교 1등이 전교 50등보다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식이다. 실제로 사회에 나와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교 1등은 그냥 공부를 우직하게 잘하는 친구이지만, 전교 50등 친구는 굉장히 창의성이 뛰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만 해도 그런 식으로 생각했다. 대학교 때 뭔가 되게 인사이트풀한 질문을 하거나, 말을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냥 '오 되게 똑똑하다. 나도 저렇게 똑똑해지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나는 '저 친구는 혼자서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이구나? 저 친구는 자기 생각을 말로 잘 풀어내는구나?'와 같은 식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지능이나 '똑똑함'으로 개개인의 역량을 획일화해서 바라보게 되면, 끊임없이 남들과 비교하게 되며 불행해진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개인에게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믿고, 그냥 저 친구는 나와 다르다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동시에 남들에게도 보다 너그러워질 수 있다.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일까?'라는 고민은 분명 해결하기 힘든 고민이다. 특히, Hard skill이 딱히 없는 문과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래도, 지레 겁먹지 말고 한번쯤 이것저것 트라이를 해보면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나가는 것은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다. 어찌보면, 로또 당첨이 멀리 있는게 아니다. 명확히 자기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직무나 직업을 찾아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많은 돈을 버는 것, 그게 로또가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