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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나메나 Feb 26. 2024

2023. 12. 12. (화)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뜩이나 힘들게 보낸 하루를 되새김질 하는 수고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겠거니와 내 대부분의 하루가 아쉽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평일에는 회사 집 회사 집의 반복이니 그리 큰 문제 될 것이나 잘못한 일이나 더 잘하고 싶은 일이 많지는 않을테지만 그럼에도 하루를 돌이켜 볼 때는 언제나 섭섭한 것이 순리가 아닌듯 싶다. 이를테면 오늘은 트리 장식을 했을 걸, 회사에서 더 책 잡힐 일을 하지 않았을 걸, 일기를 쓸 걸…


 그런데 오늘은 하루의 마무리로 일기를 선택했으니 참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되새김질을 넘어선 활자로 내 하루를 기록하는 일은 어려운 일을 넘어서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몸이 피곤한 것이 큰 문제이겠지. 나는 바삐 움직여 일을 하고 퇴근길이 조금 고되 집에 오면 조금 녹초가 된다. 그리고 맥주나 하이볼, 독주들 중 하나를 (혹은 둘을) 택해 이 글을 쓸 때 쯤인 10시가 될 때이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난 이 글을 끝마치고 싶다. 멋지게. 이는 비단 아이폰의 업데이트로 일기 앱이 생긴 것 때문만은 아니다.


 무슨 음악을 들었는가? The Temptations의 Gettin’ Ready, 어떤 옷을 입었는가? 그냥 작업복, 회사에선 순조로웠는가? 조금 내가 잘하는 정리 일을 오늘은 도맡아해서 그런 기분이다. 바삐 움직여 먼지를 뒤집어 쓴 것은 덤이다. 그러고보니 회사에 대해서 한번도 블로그나 이런저런 내가 흔적을 남기는 곳에 쓴 적이 없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우스꽝스럽게도 아버지 회사인데, 방송국을 다니다가 나는 이리로 오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더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Temptation이란 단어가 나와서 말인데, 유혹에 더 강해지고 싶다. 나는 유혹에 정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다.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나를 더욱 정진시켜야한다. 회사 생활을 언급 해서 말인데, 회사 생활을 ‘잘’하고싶다. 잘하려면 여러모로 발전하는 모습과 consistency를 보여야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잘하고 싶은 맘이 굴뚝만 같다.


 쓰다보니 내가 오늘 들은 노래는 이토록 아름다운데 내 일기는 왜 이렇게 건조한가 싶다. 내 글이 원래 그렇다고 위안도 가져보고, Get Ready의 영어 가사를 들어도 보면서 영감을 얻으려고 해보지만 그럴싸한 전개가 떠오르지 않는다. 어렵게 구한 KAVALAN 하이볼 캔을 홀짝인다. 바닐라 맛이 강하게 난다. 어렸을 때 바에 가서 감명 깊었던, 바닐라 껍질을 태우던 세현이 형의 칵테일 메이킹이 생각난다. 바닐라 껍데기는 그냥 나무 껍데기의 그것과 같았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불사르자, 정말 식욕을 돋구는, 그윽한 향기가 났다. 나 또한 그래야 할까? 회사에서 내 몸을 불사르고, 생활에 충실하고 나를 희생하면, 나에게도 멜로우한 향이 날까? 우습게도 내 향수들은 모두 구어망드한 향수들이다. 나는 인공적으로 멜로우한 향을 그리도 그리도 찾아 헤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아직 나에게서 그 향은 아직 신기루이다. 위스키에서 나는 바닐라 향을 많이도 느꼈다. 첫사랑의 바디샴푸는 크림 브륄레 향이었다. 나는 겉멋이 든 사람인가? 그렇다면 바꾸면 되지. 삶의 멋이 나고 싶다. 그것은 자연스레 내 식욕을 돋굴 것이며, 나만의 분위기를 내 비싼 옷가지 없이도 잡아줄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 아직 나는 (혹은 언제까지나) 미완성이다. 하지만 내가 간다. So Get Ready, Here I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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