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부터 시작하는 인터넷 글쓰기 합평 모임을 시작하며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남에게 합평을 그리 받아보지 않았다는 데에서 기인한 잘써야한다는 부담감은 물론이오, 다른 사람들의 글을 평가하는 것도 부담이 가는 것은 매한가지다. 민음사나 열린책들의 고전집은 수백년간에 엄선된 선집이니 만큼 칭찬할 거리 외에는 크게 말할 바가 없어 느낀 바를 적기가 쉬웠지만, 나 아니 우리 글쓰기 모임원들이 헤르만 헤세도 아니고 나 원. 그렇다고 막상 무조건적인 칭찬도, 날선 비판도 자제해야하니 역시 내가 또 하나의 번거로운 일을 일상에 추가했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주된 취미이자 즐거움, 보람이고 “잘”쓰는 것은 내 욕구이기 때문에 더 나아가기 위해선 난 더이상 브런치나 블로그, 텀블러에 아무도 봐주지 않는 글들을 올리는 것 보단 더 나아가 합평도 하고 사람들에게 날선 비판도, 무조건적인 칭찬도 받아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말하자면, 부딪혀 봐야 할 것이지 않겠는가.
이렇게 조금의 압박감을 가지고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 이를테면 메타 글쓰기를 하고 있는 지금 나는 스스로에게 글쓰기에 대한 고찰을 한 적 있는지 묻고 있다. 말했듯이, 나는 글쓰기가 주된 취미, 즐길 거리다. 누군가에겐 약간의 자랑거리이자 플러팅 도구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글을 써내려가기 전, 많은 고심을 한 적이 있던가? 치열한 고심 끝에 써내려간 글이 내 글의 산물이었던 적이 있던가? 내 글은 가끔은 처연하고 번번히 불행을 갈구했지만 그렇다고 속된말로 구린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내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번뇌 속에 나온 글이었던가?
생각해보면 이런 메타 글쓰기를 했던 적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느낀 것은, 글쓰기는 어떻게보면 정리된 생각을 표현해주는 역할을 한다기보다도, 헝클어진 내 머리 속 생각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적어도” 나에겐 많이 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제목을 불안 - 1 이라고 적고난 후 불안에 대해 일장 연설을 두서없이 하고 나면 나는 실제로 조금은 불안이 해소된 것만 같은 느낌을 가졌다. 제목을 폭염철로 칭하고 “너는 나를 내리 쬈다.” “너는 지나갈 여름이었고 가을은 올 것이다.” 라고 써놓으면 마치 조금은 너를 향한 뜨거운 그리움이 조금은 선선해지는 느낌이 조금 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내가 즐겨 읽는 고전들은 모두 정리된 생각을 표현해주는 문장들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들도 어쩌다보니 생각이 정리된 것일까? 어찌됐던 내가 헤르만 헤세는 아니지만, “내” 생각과 “내” 불안과 그리고 “나의 당신”에 대해서는 헤르만 헤세보다 잘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난 오늘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글쓰기 모임이라는 어떻게보면 무용한 일을 시도해본다. 기대를 걸어본다. 왜냐면 나는 내게 있어서 정리되어야할 책상 위 공간만 같아서, 오늘도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다음 주도 글을 쓰겠다. 이 책상 위는 아무리 치워도 치워도 곧 다시 어질러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다음 주도 분주히 글을 쓰며 내 생각, 불안, 당신, 그리고 나의 글에 대해 정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