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나메나 Jul 22. 2024

좋지 아니한가

 글쓰기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 하고자 마음 먹었다. 이유가 될 만한 것 따윈 저번 글에 적어놓았고, (안 본 사람은 엿이나 먹으라지) 동기가 될 것은 바로 내가 기분이 조금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행동하는 범위나 종류 각각에서 모두 내가 기분이 좋다고 방방 띄우고 싶은 것이다. 글쓰기는 좋다. 앞서 말했듯이 나를 다림질하기도 하고, 때때로는 옷 자체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럴 때가 많았다. 나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내 글쓰기를 좋아했다. 나는 옷을 꽤 잘입는 편인데, 그런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내 글쓰기를 더 좋아하기 일수였다. 그렇다면 나는 오히려 옷에 몇백만원을 후다닥 쓰고 한달에 한번 입고 말기를 반복하는 대신에 글을 더 자주 써야할 것이 아닌가? 이는 명백한 사실임에 다름 없다.


 최근 어떤 사람의 글을 봤다. 내 메타-글쓰기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인데 건축가이신 것 같고, 여성분이시고, 고전을 좋아하시는 듯 했다. 무엇보다 글을 무척이나 잘쓰셨다! 샘이 나지만, 나보다 완결된 글을 쓰는 듯 했다. 그분의 인스타에 촐랑거리며 다가가서 친해지자고했다. 답은 아직... 뭐 어쨌든 이렇게 때때로 글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사실 아쉬운게 그 분은 내 메타-글쓰기를 읽고 내 나머지 글을 읽어보지 않으셨다. 내 글이 그만큼 매력이 덜하다는 뜻이리라.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글을 잘써야지.


 글이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강변북로에 있는 그녀를 올림픽대로로 데려오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목적어는 아직 설정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앞서 잠깐 언급한 건축가분은 물론 멋지시지만 내가 그녀에대해 아는 바도 적으며,(물론 술도 다양하게 좋아하시는 점이 매우 좋게 보이긴 했다.) 내가 승효상의 집에 산다는 공통점 아닌 공통점이 있긴 하나 뭐 어쨌든 반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분의 글쓰기가 훌륭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 하고싶은 말은, 강변북로 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을 올림픽대로 밑에 있는 분당 즈음에 내 주택으로 초대하고 싶다. 홍대에 계시는 분도, 이태원에 계시는 분도 환영이다. 고려대는 물론... 강변북로 위라는 것은 그냥 메타포지 압구정로데오에 있는 그녀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뜬금 없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는 아직 전사람에게 보내는 구애의 글과 애절한 사모의 문장들 또한 브런치와 블로그에서 지우지 않았는데 이러다간 최근 내 몇 글을 보고 한남대교를 천천히 건너오는 무수한 그녀들이 갑자기 이승만의 전화 한통을 받고 내 예전 글을 읽더니 다리 위에서 폭사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이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내 예쁜 구슬들을 엮은 것 같은 사랑노래들을 다 지워야하나... 생각이 드는걸 어찌한단 말인가? 


 근데 생각해보자, 이제껏 최민성이라는 한남대교를 건너온 친구들이 얼마나 있었나? 물론 많다면 많았지만, 첫 끌림이 글이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 글을 자주 쓰게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물론 첫 연애를 하이쿠로 시작했다고는 하나 그 하이쿠는


-


저기 저 모기


너에게 뽀뽀하네


나는 뭐하지


-


라는 말도 안되는 문학성을 가진 시시한 시였고 계절감 없는 하이쿠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나는 나 자신으로도 충분히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뭐 굳이 올 것이 분명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


-


선잠


너가 태어난지 31년이 되었고


310명도 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겠지


왜 나는 29년 동안 너를 몰랐는데


너의 생일을


너의 서른한번째 11월 20일을


이토록 기념하는가, 기뻐하는가, 축하하는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것에 약한 나는


너가 태어난 순간조차 본적도 없는 나는


왜이렇게 너와의 11월 20일을


기억하나, 곱씹나, 되돌리고 싶나


이렇게 11월 21일이 되어 나는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어제의 강렬함은 나에게 깊은 잠을 선사했지만


오늘의 낮, 얕은 선잠을 잔다.


왜 너는 내 곁에 있지 않을까


11월 21일은,  D-Day가 364일인 날


11월 28일은, D-Day가 357일인 날


11월 20일은, 너의 생일날


나는 앞으로 364일동안


선잠만 잘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니


1990년 11월 20일로 돌아가서


막 탯줄을 떼어낸 너에게


안녕 아가


생일 축하해


사랑해


오래오래 행복하자


말하고


나는 29년동안 선잠을 자지 않았나 싶다.


너를 처음 만날 때까지


너와 첫 입맞춤을 할 때까지


의미 없는


다른 사람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나는 선잠을 잤다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는 것에 약한 나는


너를 잊을리 없다


우린 지나갈 인연이 아닌 것이다


너가 태어난 순간을 본 적이 있다.


29년만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단 29년만


있다가 보자고


그 때까지


버텨달라고


말하고


나는 선잠에 들었다.


"


라는 조금은 시시하지 않은 시를 지우기 싫은 것이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좋지 아니한가? 이성 없이 적당히 사는 것도. 글 쓰며 여가 생활을 보내는 것도. 가끔은 내 톤과 다른 조금은 유쾌한 글을 써보는 것도. 그 유쾌함에 내 비애 한뼘 가려보는 것도...

작가의 이전글 메타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