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행위가 곧 ‘이해’와 ‘표현’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설득력 있게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 있다면 저는 문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이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언어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그것이 언어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상대는 나의 의도를 오해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나눴다’고 착각한 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일방적으로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언어를 통해 영향을 받고 판단을 내리는 존재이기에 누군가의 글이나 말을 읽고도 그 사람의 논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가 말하려는 핵심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어떤 주장에 동의하든 반대하든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석할 수 있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언어의 구조와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 제도, 관습, 교육, 법 등 모든 것은 기존의 언어로 서술되어 있고 우리는 그 언어를 바탕으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도 기존의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출발점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기존 언어에 대한 이해는 결국 발전을 위한 발판입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언어 위에 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에 과거를 기록한 언어를 모르고는 오늘을 해석할 수 없고, 오늘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일을 설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보았을 때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이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언어의 지도를 읽는 능력인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언어를 기반으로 미래의 언어를 구축하며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실천은 문해력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