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힘, 브런치, 카카오 임팩트, 카카오 크리에이터스 데이 2018
오늘 Kakao Creators day 2018에 다녀왔다.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2시부터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조금 일찍 도착했다.
건물 입구부터 시작해, 곳곳에 카카오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배치된 카카오프렌즈들,
산만할 법도 한데, 그 와중에 간결하면서도 정돈된 인테리어는 역시 브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한쪽 벽면을 원고지처럼 만들어놓은 그 센스는.. 그리고 심지어 원고지도 빨간 원고지가 아니라 그레이톤이었다.. 매우 섬세한 브런치..(눈물)
그리고 그 한 칸 한 칸에 사람들이 글의 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놓게 해두었다..
거울이라고 적어두었다… 창의적이고, 좋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그리고 난 거울을 잘 보지 않는다.. 변명
그리고 이 행사를 주최한 카카오 임팩트팀(Kakao !mpact)이 마련한 공간에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임팩트있었던 일들을 젂어서 공유할 수 있었다. kakao impact가 아니라 !mpact!!
Kakao !mpact는 누구나 마음껏 상상하고 꿈꿀 수 있도록,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의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카카오의 사회공헌재단이다.
오늘 강의 주제는 글의 힘이었다.
1.
조수용
콘텐츠의 힘, 글의 힘
첫번째 연사는 조수용, 카카오 대표였다.
매거진 B를 만드신 분으로 더 유명하신 그 분!!!
한 때 힙스터 문항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이템들이 있었다. ( 20, 40 문항 그 두 버전에 다 들어있다...)
하나는 사운즈 한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매거진B였다.
그 두 프로젝트 모두 이 분이 하셨다. 사업 천재신가… 아님 진정한 힙스터인가..
날카롭게 생겼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그건 편집장에 대한 너무 뻔한 클리셰인가..
사진은 좀 무서운 느낌이고.. 머리 스타일도 스킨헤드라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눈망울은 선하고 소년같이 빛났다. 왜 저렇게 눈이 초롱초롱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조명빨이었던 거 같다. 핀조명처럼.. 멀리서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션이 생각하는 ‘글의 힘’
글의 가장 큰 매력은 읽는 사람의 기억과 융합되어 모두 다르게 글을 해석하여, 자신만의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라고 했다. 작가와 개인의 커넥션이 다른 매체보다 더 깊다고 생각한다고...
매거진 B를 만들 당시, 션은 인생의 전환점에 서있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디자이너 였지만, 용역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는 말은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이 가게 한다.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군가의 요청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낸다. 그럼 이것이 내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다 돈을 벌 수 있으면서, 평생 가지고 갈 수 있는 일(BM)을 생각하다 매거진 B를 떠올렸다. 여행 잡지였던 off에서 영감을 받았던 그는, 매거진 B를 과월호도 팔리는 잡지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 집에서 의미 없이 쌓여있다 버려지는 잡지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매거진 B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3가지.
> 글의 길이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다 짧은 글을 읽는데 익숙하다.
너무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은 글…
> 사진
사람들은 잡지를 읽지 않고 보고 있다.
사진이 먼저 시선을 잡고 그 다음에 그 옆에 있는 글을 본다.
> 매거진 형식
내가 힘을 가져야 원하는 글을 쓴다. 내가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당부한 말은, 나에게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심지어 예시도 향수로 들었는데… 저격당한 기분이었다...어차피 내 글은 읽지도 않겟지만...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의 깊이까지 다 드러내고 싶어하는데 그럼 독자와 멀어진다.
매거진 B는 3달간 취재하고 한달간 편집 작업을 하다보니, 그 브랜드에 대해 아는것 많아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쓸 순 없고, 써도 사람들은 읽지 않는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 가혹하게 들리지만, 아는 것과 중요한 것을 발라내야한다. 중요한 것만 써라.
그리고 끝까지 이야기 하셨던 건 독자와의 호흡, 연결 그리고 매거진 형식을 통한 꾸준한 발행, 그리고 디자인, 눈에 보이는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듣다보면 브런치를 찬양하러 오신건가, 중간 중간 브런치 칭찬을 하기도 했다. 카카오 대표라서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거의 다 맞는 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저런 (말빨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 회사의 대표가 되는가 보다 싶었다. 좋았다.
2.
요조
한 사람을 위한 글, 편지
조용하고 담담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곤조곤 그러나 유머와 기승전결을 놓치지 않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 동안 인생의 힘든 시기가 또 왔었다.
그때, 어느날 문득, 나타난 팬이 주고 간 두툼한 봉투.
그 속에 빼곡하게 적어내려간 7장의 편지.
그 편지에 구원받았다.
요조가 편지에서 얻은 글쓴이의 정보는, 이름이 ‘지원'이라는 것, 그리고 취미가 ‘요조’라는 두 가지 사실 뿐.
그래서 도박을 했다. 한 잡지에 쓰는 글에 지원에게 답장을 한 것, 봄에 만나자, 라고 했지만...
그녀는 여름에 다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편지로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셨다고..
첫번째, 아주 논리적으로 잘 쓴 글
두번째, 7장의 편지가 향하는 지점이 “나”였던 것
손편지를 쓰는 시간 내내, 나 한 사람만 생각하면서 이 편지를 썼다고 생각하니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꿀팁으로 편지 쓰기 민망할 땐, 시집을 편지지로 써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시인과 2인 1조로 되는 기분이라 좀 오글거리게 써도 부담이 덜 해진다.
세상 그 어디에도 편지 쓸 사람이 없을 땐..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 657-1, 우 63630
내 주소가 아니다. 아마 이 주소로 편지를 보내면 요조에게 그 편지가 도착할 것이다.
더 큰 인생 교훈도 주고 가셨다.
위대한 사람이 되려면,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하기 싫은 것만 골라서 하면 된다. (그렇구나…)
3.
김민섭
고백하는 글쓰기가 가진 힘
지방시 작가님이라고 해서 - 사실 난 오늘 처음 뵌 수준이 아니라, 이름도 처음 들었다…나의 무지함이란...또르르 - 패션쪽이신가보군.. 이랬는데 아니었다..
그리고 엄청 중요한 정보도 주셨는데.. 검색했을 때 나만 나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책 줄임말이 지방시여서 처음엔 비주류적인 것(지방대, 시간강사)이 모여서 명품의 이름이 된다는 게 멋져보여였는데.. 검색하면 지방시만 잔뜩 나오고.. 자신의 책은 저 밑에 있다고..
그리고 이때부터 나의 예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좀 딴 생각을 했다..
>질문의 중요성
살면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 온다고, 바로 물음표와 마주치는 순간.
나는 거기에 어떤 대답을 할 수 있는가였다.
내가 머물고 싶고, 버티고 싶은, 애정하는 공간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그는 모든 글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했다.
시간 강사를 하면서 맥도날드에서 3일도 일하기 힘든 상하차 업무를 1년 3개월을 했다고 했다.
왜냐면, 그 일이 나와 나의 가족들의 건강보험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는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왜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지 않는가?
그리고 이 글은 SNS에서 엄청난 반응을 보였고, 이에 대한 답으로 지방시라는 책을 썼다고 했다.
그의 두 번째 책은 대리사회였다.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책은, 그가 학교, 연구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을 깨닫고, 새롭게 시작한 대리기사를 하면서 쓴 책이라고 한다.
대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시기에, 마침 카카오에서 대리기사를 모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1기 카카오 대리기사가 되었다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말, 살아가면서 큰 물음표와 마주치는 그 순간에,
내가 이 물음표에 답을 하지 못하면 유령처럼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물음은 처음에는 나 자신의 존재부터 그리고 사회, 그리고 시대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이런 물음은 질문으로 이어지고, 질문에 대한 고백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 고백은 다시 선언이 되고, 세상을 향한 제안이 된다고 했다.
나는 어떤 고백을 하고 싶고, 세상을 향해 어떤 제안을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장강명 (아이돌급 인기를 과시하셨던 작가님…)
나의 글력 강점 어떻게 찾을 것인가?
글력이라는 테마를 브런치에서 주셔서, 생각을 하다보니 근력.. 그러다 스포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
왜? 마이클 조던은 농구에서는 성공했지만, 야구에서는 안 되었을까?
옐레나 이신바예바 선수는 높이뛰기에서는 성공했지만, 체조에서는 왜..
스포츠에도 글쓰기에도 모순되는 능력이란 게 있다.
소설에서 인물을 잘 살리는 사람이 플롯 다루기 힘들다. 그 인물의 세세한 감정에 빠져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죽여야하는 순간에 멈칫한다. 하지만 인물에 거리감이 있고, 싸늘함이 있는 사람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을 죽이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런 사람은 플롯을 잘 쓴다고... ex. 왕좌의 게임
>글쓰기는 기예다.
책으로 배울 수 없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다르다. 몸으로 깨우쳐야 하는 구간이 온다.
>학교에서의 배움과 작법서는 진리가 아니다.
작법서 신경쓰다 글 못쓴다. 하지말라는 것만 투성이다. 일본식 표현, 영어식 표현 신경쓰면 문장 쓰기가 힘들어진다.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게 된다. 첫문장이 중요하다는 작법서를 보면 또 아예 첫문장이 안 써져서 두번째 세번째 문장을 쓰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거 신경쓰지말라. 심지어 불태워버리고 싶다고 하셨다.. 학교, 공장식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양산형으로 가르친다.
필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만의 걸림돌을 넘는 법을 배워라.
>자신의 스타일을 알아야한다.
내 스타일을 어떻게 알아봐야하는가? 난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겪어야 한다.
내가 아웃복서인지 인파이터인지는 한 경기를 다 뛰어봐야 알 수 있다.
하나라도 글을 끝까지 완성해보라
>실천전략, 한가지 테마를 가지고 40~50편 써보라!
쓰기 전에는 자신의 재주가 뭔지 모른다. 장강명 작가님은 자신도 어느 순간 고비가 왔다고 한다. 이걸 어떻게 써야하지 하는 순간에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서 그걸 질문으로 남기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하나의 장강명 스타일이 되었다고,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작가.
작가님도 내가 이런 스타일인 줄은 몰랐다고.. 쓰고 나서야 생겨났다고, 이게 내 재능인지는 쓰다가 알게 된 거라고 하셨다.
자신만의 재능도 써야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5.
손화신
부제 : 나
내가 나로 살 수 없다고 느낀 순간부터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하셨다.
마치 러시아 마트료사카 인형처럼, 내안의 내안의 내안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글쓰기를 통해 찾았다고 하셨다.
글을 쓰면서 “나"를 꼭 기억해야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 “나”다움은 그냥 발견되는 게 아니라고… (세상에 거저 얻는 건 정말 없구나..)
>나만의 스타일
나= 색깔, 00적이다. 라는 말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야한다고 하셨다.
나만의 색깔, 나니까 쓸 수 있는 글, 내 이름이 적혀져 있지 않아도, 내 글인 걸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건, 글 안에 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런 자신만의 스타일은 쉽게 생기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다고 생기는 것 아니다
많은 글을 썼을 때 그 안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다움은 버림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나 자신을 추구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빼버리고 간결해질 때, 그 안에 진짜 알맹이인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셨다.
수많은 화가들의 화풍을 보면, 초기작보다 점점 완성도가 높아진 말년의 작품들이 더 간결한 화풍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그게 자기다움을 드러낸다고… (미켈란젤로는…. 모네는..눈이 안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
글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빼고 나면, 문장이 가볍고 날렵해지면 막히지 않고 잘 읽힌다고 했다.
간결하게, 응축해서 메시지만 남도록..
6.
강백수
문학과 음악의 요정
문학과 음악의 신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종교에 따라 신은 1명인 경우가 많아서, 여러명이 존재할 수 있는 요정이 되기로 하셨다는 2008년에 등단한 시인이자 작가 겸 가수.
영업비밀을 털어놓고 가셨다. 정말 맛의 달인 이런 곳에 나와서 식당 주인이 알려주듯이...
>재료구하기 : 상상으로 하는 분도 계시지만, 상상하는 재능이 부족하면 본일, 들은일, 겪은 일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특히 그래서 술을 마신다. 술도 매일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마시는데, 술이 일정량 들어가고 나면 이 사람에게도, 저 사람에게도 계속 반복적으로 또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내면에 있는 이야기, 다른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말하는 이야기가 나의 최근 화두인 것.
>산문쓰기(하나의 완성된, 형식을 갖춘 글을 쓴다)
형식은 어려운 게 아니다. 문장과 문단이 있는 완결된 글. 쓰다 만 글이 아니라 끝까지 다 쓴 글..
>곡만들기 : 글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곡을 쓴다. 물론 가끔 밸런스를 위해 글이 무거우면 곡을 가볍게 해서 밸런스를 맞춘다
>곡의 구조 : 곡의 구조가 중요하다, 특히 코러스가 중요한데 코러스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담기기 때문
곡의 구조는 그릇, 틀인데 여기에다 잘 손질해서 재료를 넣는다.
주로 배경 설명은 버리고, 남은 글들을 써서 넣는다
>다듬기, 음절에 맞춰 가사를 수정한다
작가님이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다만 내가 믿고 있는 것, 글의 힘 그리고 문장과 문단..
제일 기본인 문장과 문단은 글쓰기의 웨이트 트레이닝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진짜 글을 써보세요.라는 무서운 조언을 청중에게 남기셨다.. 숙제처럼..
>> 오늘 모두가 하는 이야기는 결국 결론은 글을 써라, 그것도 매우 많이… 계속 써라였다… (슬프다..)
마치고 가는데 선물을 어찌나 챙겨주시던지.. (눈물..카카오 크리에이터스 데이2018(하트))
브런치 출신 작가님들의 책부터, 카카오메이커스의 편지지, 라이언 머그컵, 달력
그리고 무엇을 받더라도 속상해하지말라고 했던.. 인형.. 나는 라이언을 받지 못했다..
로리가.. 다 같은 카카오프렌즈니까 슬퍼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슬펐다.. 프로도라니…
가장 마음 따뜻했던 건, 만년필이었다.
LAMY 사파리 만년필, 챠콜색의 만년필에 살짝 새겨놓은 브런치라는 마크가 좋았다.
당장 집에 가서 글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하지만 오늘은 이 강연을 정리하고 나니 시간이 너무 늦어서..
글은 또 다음에 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