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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커트 Jun 10. 2021

사랑과 들어올림


길을 걷다가 조그만 애기들을 보면 번쩍 안아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내가 마치 저 애들을 번쩍 들어올릴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는 책의 한 구절이 있다.


상수의 손을 잡았을 때 경애는 더 밀착하고 싶다는 충동과 더불어 자기 자신을 꽉 차게 들어올리는 힘을 느꼈다. 자기는 물론이고 맞은편의 상수고 한 팔로 안아들 수 있을 듯한 정도였는데 왜 상수를 떠올리면 그런 힘을 생각하게 될까. 힘이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될까.  
 김금희, 경애의 마음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번쩍 안아 올리고 싶은 마음일 것일까.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은 그러나 누군가를 들어올리고 싶은 마음 이전에 누군가에게 들어올려지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몇 년 전의 여름 나는 엄마가 탄 차를 배웅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사랑을 바랐다. 


나는 강해지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곤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나는 사랑을 이유로 나의 너무 많은 결점을 보아야만 했다. 그걸 굳이 고치지 않아도 사랑받고 싶었다. 나를 이런 식으로 방치하다 보면 사랑이 저절로 와줄 줄 알았다. 나는 세상에서 팔힘이 가장 약한 사람도 나를 들어올릴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지고 싶었다. 새털처럼.


그녀의 걸음걸이가 휘청거렸다. 거의 매일 부딪히고 그렇지 않으면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참기 어려운 추락 욕구를 느꼈다. 그녀는 지속적인 현기증 속에서 살았다. 넘어지는 사람은 "날 좀 일으켜 줘" 라고 말한다. 토마시는 변함없이 그녀를 일으켜 줬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 겉껍질은 가볍고 마음만 무거워서 누군가한테 업힌 채로 살아가고만 싶었다. 힘은 없고 자꾸 업히고만 싶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는 유치환의 시는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행복하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 행복은 아니더라도 실패 또한 아니라는 생각은 종종 든다. 누가 빼앗아갈 수 없는 마음이니까. 헝겊으로 만든 가벼운 주머니 속 무거운 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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