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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bert Yang Nov 27. 2023

상호 신뢰에 근거한 한중 간 게임의 룰을 만들자

중국의 불신을 초래하는 한국의 어설픈 화전양면전술은 그만 두어야 한다. 

어제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정부가 가장 원했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내심 원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가 들은 바로는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여부에 대해서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 정부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이래, 한국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른 외교 정책을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서 가장 힘을 기울인 것은 '중국과 대등한 주권국가로써 교류하는 것'이었다. 이전 정부가 중국에게 '비굴해보일 정도로' 친근하게 교류하여 한중 간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용산'과 집권당이 중국보다 미국 및 일본에 더 우호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 정부의 이러한 대중 정책 기조는 크게 보면 나쁠 게 없다. 한국 사회에서 반중 감정은 극대화되고 있고, 한국인들의 실제 생활에서 중국으로부터 오는 각종 위협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한국이 중국에게 정당하게 협상할 것은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도 있듯이, 현 정부는 그런 기조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수를 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대만 문제와 관련하여 일본과 미국의 입장에 동조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 두 가지를 제시하고 선을 넘지 말라고 제안했다. 첫째는 사드와 관련된 사항이고, 둘째는 대만과 군사적 협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의 이런 제안을 수긍하고 그러겠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은 올해 상반기 진행된 한미 연합훈련 과정 중에 대만 장교들을 초청하여 참관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몇 가지 무기들을 대만에 판매하기도 했다. 사드와 관련해서는 추가 배치를 시도하거나 기존 배치된 사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려고 시도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표리부동한 짓이다. 게다가 내가 들은 바로는 한국 정부가 이런 식으로 중국 정부에게 식언(食言)한 경우가 더 있었다고 한다. 


현 정부는 그런 와중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한국의 총선 전에 방한 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도대체 어떤 외교전략과 전술로 자신을 상대하고 있는지 헷갈린다. 중국은 한국이 친미 국가이고 친중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사실상의 중립으로 남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 정부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 한국이 친미적 행보를 보여도 어느정도 용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도 한국 정부가 한편으로 자신들과 약속을 어기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시 주석이 한국에 와 달라고 요청하는 행태가 아리송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이 내 생각을 기술하고자 한다. 한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게 상호 충돌을 피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협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 일정한 정도로 관여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과 협상을 하여 중국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넘어가게 하는 레드 라인을 약속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이에 대해서 한국에게 일종의 제안을 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이 상호 신뢰를 근거로 한 한중 간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중국은 한국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국 정부는 대중 정책 기조는 잘 확립했지만,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어설픈 화전양면 전술을 썼다. 그 결과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그림 - 대등한 국가 관계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그림 - 은 그려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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