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정숙 Mar 31. 2020

'학습만화' 독일까요? 약일까요?

<내 아이를 위한 500권 육아 공부> 뒷 이야기

내로라하는 독서교육 전문가들의 강연에 참석하거나 책을 읽어보면 '학습만화 독서'에 대한 견해가 다음과 같이 엇갈리더라구요.


1번: 학습 만화는 절대 보여주지 말아라.

2번: 학습 만화도 잘 읽으면 괜찮다.

3번: 학습 만화도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히면 좋다.


여러분의 선택은 몇 번 인가요?


작년부터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공부 머리 독서법>의 최승필 저자는 '학습만화는 절대 보여주지 말라'로 1번에 속해요. 학습만화는 백해무익하니 아이들이 가까이하지 않도록 부모가 주의 깊게 신경 쓰라는 것이죠.  


<아홉 살 독서법>의 한미화 저자는 2번, 학습 만화도 잘 읽으면 괜찮다고 해요. 엄마들은 아이가 글밥이 제법 많은 학습만화라도 읽으니 어디냐며 안심하지만 착각인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어요. 학습만화를 읽는 아이들은 그림만 보고 텍스트는 건성으로 후루룩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답니다. 학습 만화든 그림책, 동화책, 일반 책 가릴 것 없이 텍스트를 정독한다면 학습만화라고 나쁠 것 없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말하기 독서법>의 김소영 저자는 현란하고 자극적인 색감의 그림 중심 학습 만화 말고 텍스트 중심의 만화 중에 좋은 것도 많으니 잘 선별해서 읽히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학습만화를 읽혀도 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어요. 고민 끝에 학습 만화를 읽혀도 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단, 그 시기는 단단한 독서력이 생긴 이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서력이 부실한 상태에서 학습만화를 가까이하게 되면 한미화 작가가 주장하는 것처럼 글을 띄엄띄엄 건성으로 읽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쉽고 편한 독서에 길들여지면 애써 힘들여, 꼭꼭 씹어 소화시켜야 하는 책은 멀리 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학습만화를 통한 지식정보를 습득을 욕심내는 대신 '독서는 즐겁고 신나는 일'이 되도록 긍정적인 독서 경험을 쌓는데 주력했어요.


 학습만화에 노출된 경험이 거의 없다 보니 여덟 살까지는 학습만화가 재미있는 책이라는 걸 몰라서 다른 아이들이 학습만화를 읽고 있어도 휩쓸리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만화를 보며 낄낄대며 재미있어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유혹을 느끼더니 아홉 살부터 슬금슬금 학습만화에 손을 대더라구요. 그림책, 동화, 글책 등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으니 아이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어요.


그래도 학습만화를 못 보게 강압적으로 막지 않고 허용해주었어요. 대신, 아이와 대화를 종종 나누었지요. 같은 주제를 다룬 일반 글책, 그림책, 학습 만화책을 읽고, 비교하게 했어요. 학습만화와 다른 책들의 차이점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도 갖구요.  

그런 식으로 아이 스스로 학습 만화의 장단점을  헤아리는 기회를 종종 갖게 해 주었더니 편독하지 않고 다른 책들과 균형을 잡아가면서 읽더라구요. 글책을 읽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을 만큼 독서력이 단단해진 뒤라서 그런지 학습만화를 읽을 때도 글을 꼼꼼히 다 읽구요.

육아법과 마찬가지로 학습만화 읽어도 된다, 아니다 읽히지 마라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참고하되 부모인 내가 내 아이의 상황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향을 따라가면서 내 아이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변형하면서 방법을 적용하면 좋을 듯해요. 그래야 수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 다르게 내세우는 주장에 흔들리고 휘둘리는 일이 적어지지 않을까 해요.


<내 아이를 위한 500권 육아 공부>


작가의 이전글 초등 1학년이 인문고전을 읽는다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