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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정숙 Aug 16. 2018

부엌 육아-요리를 허하라

소신 육아

 사카모토 히로코의 <부엌 육아>라는 책에 따르면 일본은 1970년대~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맞벌이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바빠진 부모들이 편리하게 식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완전 조리식품과 즉석식품이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토피나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불규칙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식생활이 건강뿐 아니라 건강뿐 아니라 성격이나 학습 태도,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걱정스러운 현실의 대안으로 일본에서는 ‘부엌 육아’라는 것이 등장했다고 한다. 부엌이란 공간에서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면서 나눈 이야기를 담은 사카모토 히로코의 <부엌 육아> 책에서는 바빠진 현대사회의 부모들에게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아쉽게도 <부엌육아>는 국내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듯하다. 민들레 출판사에서 출간한  <마을 육아>라는 책의 공저자이자 일본인과 결혼하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윤영희씨가 소개한 내용이다. 윤영희 저자는 <부엌육아>라는 책 내용에 공감하여 자신도 일본에서 '어린이 식당'이라는 공동체 모임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공유한단다. 


요즘 마트를 가보면 1980~90년대 일본처럼 놀라울 만큼 다양한 즉석식품과 완전 조리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혼족을 위해 1인 포장 식품들도 즐비하다. 불과 2~3년 전에 비해 그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다. 그런 식품들을 이용해서 편리함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이 앞서 경험한 것처럼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우려가 앞선다. 

  

나의 경우 아이들과 엄마들을 모아 여러 가지 형태의 공동체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했다. 내 집에서 모임이 있는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빵이나 쿠키, 피자 등 쉽고 재미있는 요리하곤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요리’이기 때문에 평소 내 아이와도 함께 요리하는 것을 즐겼다. 내 아이도 좋아하고, 내 조카들도 좋아했으니 다른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시작했는데 역시나 ‘요리’를 재미없어 하는 아이는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집중하는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내가 만나본 모든 아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그 어떤 놀이보다 깊이 몰입하고, 크게 즐거워한다. 


내 아이의 경우 서너 살부터 함께 요리를 시작했는데 일곱 살 때, 아빠 생일에는 연어샐러드를 넣은 ‘카나페’를 선물하고, 내가 아파서 몸져 누웠을 때는 쌀을 씻어 밥을 하고, 계란찜을 만들고서 밑반찬을 곁들여 엄마에게 밥상을 차려줄 정도로 요리를 만만하게 생각한다. 내 아이를 옆에서 6년 넘게 지켜보니 요리란 어린아이에게 ‘자기 효능감’을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이는 칼과 불을 사용해 요리를 하면서 크고 작은 자기 확신의 경험을 자주 한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유능감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가르치기 위해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요리를 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대로 자유롭게 재료를 조합하고, 조리하여 차려내는 경험이 훨씬 더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가성비 면에서도 최고다. 재료값만 있으면 2~3시간 몰입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으니까. 매일이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두 번, 아니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아이에게 ‘요리를 허하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몸으로 체험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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