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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견과류 혼합물에서는 큰 견과류가 위로 올라갈까?

브라질 너트 효과(Brazil Nut Effect)

by 엔너드 EngNerd

아침에 시리얼이나 견과류 믹스를 그릇에 부으면, 큰 브라질 너트나 캐슈넛이 항상 위쪽에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섞여 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큰 것들이 위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물리 법칙 때문입니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브라질 너트 효과(Brazil Nut Effect, BNE)’라고 부르며, 특정 조건에서 큰 입자가 위로 떠오르는 이유를 연구합니다. 그런데, 모든 경우에서 큰 입자가 위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는 ‘역 브라질 너트 효과(Reverse Brazil Nut Effect, RBNP)’가 발생하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브라질 너트 효과가 왜 발생하는지, 또 어떤 경우에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이 현상을 설명한 홍종한 교수의 연구와 Breu 연구팀의 실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이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도 소개할게요.




브라질 너트 효과(Brazil Nut Effect)의 원리


브라질 너트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작은 입자들이 빈 공간을 채운다 (퍼콜레이션 효과)


먼저, 작은 입자들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큰 입자들 사이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흔들림이 발생하면, 작은 입자들은 아래쪽으로 이동하고, 상대적으로 큰 입자들은 위로 밀려 올라갑니다.

예를 들어, 쌀통에 쌀과 함께 작은 돌멩이가 섞여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쌀알들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큰 돌멩이는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2) 흔들림이 만들어내는 대류 흐름 (대류 효과)


진동이 가해지면 혼합물 내부에서 대류 흐름이 형성됩니다. 흔들릴 때 아래쪽으로 이동한 입자들이 위로 다시 떠오르는 순환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큰 입자들이 최종적으로 위쪽에 남게 됩니다.

레미콘 트럭에서 콘크리트를 혼합할 때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트럭이 계속 회전하면서 작은 모래 알갱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큰 자갈들은 위쪽으로 떠오르는 것이죠.


3) 작은 입자들이 빈 공간을 채우면서 큰 입자가 밀려 올라간다 (공간 채움 효과)


흔들릴 때 작은 입자들은 아래쪽의 빈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큰 입자들을 위로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밥을 지을 때 밥솥 내부에서 쌀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작은 쌀알들이 아래쪽으로 몰리면서 큰 덩어리들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물리적인 요인들이 결합하면서 브라질 너트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기도 한다? (역 브라질 너트 효과, RBNP)


모든 경우에서 큰 입자가 위로 떠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 반대로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역 브라질 너트 효과(Reverse Brazil Nut Effect, RBNP)인데, 홍종한 교수는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를 이론적으로 설명했습니다.


1) 입자의 운동 에너지와 알갱이 온도


홍 교수는 입자들의 운동 에너지를 분석하면서, ‘알갱이 온도(granular temperature)’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온도’는 입자의 평균 운동 속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알갱이 온도는 입자들의 무질서한 운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즉, 입자들이 많이 움직일수록 알갱이 온도가 높고, 덜 움직일수록 알갱이 온도가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들림이 강할수록 작은 입자들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큰 입자들은 상대적으로 덜 움직이게 됩니다.


2) 특정 조건에서 큰 입자는 아래로 가라앉는다


홍 교수는 입자들의 밀도와 크기가 알갱이 온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입자의 크기 차이가 클수록, 그리고 밀도가 높을수록,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개념을 실험적으로 검증한 연구가 있는데, Breu 연구팀(2003)에서 수행한 실험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실험으로 확인된 역 브라질 너트 효과 (Breu et al., 2003)


Breu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입자들을 섞고, 여러 가지 진동 조건을 적용하여 어떤 경우에 역 브라질 너트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입자 크기의 비율이 2배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즉 큰 입자가 작은 입자의 두 배 이상 클 경우, 큰 입자가 위로 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래로 가라앉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밀도가 높은 큰 입자는 더 쉽게 아래로 가라앉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진동의 세기와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즉, 크기 차이가 크고 밀도가 높은 경우, 큰 입자는 흔들림 속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죠.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브라질 너트 효과


이 현상은 시리얼이나 견과류 믹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1. 쌀통 속 쌀과 돌멩이: 쌀통을 흔들면 돌멩이가 위로 올라옵니다.

2. 보리차 주전자 속 보리: 물을 끓일 때 보리알이 위로 뜹니다.

3. 레미콘 트럭의 콘크리트 혼합: 회전하는 동안 큰 자갈이 위로 떠오릅니다.

4. 제약 산업의 알약 혼합: 알약 크기 차이로 인해 혼합이 불균형해지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5. 밥솥 속 쌀과 수분의 이동: 작은 쌀 입자들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6. 해변에서 파도에 의해 움직이는 조약돌: 파도가 칠 때 큰 조약돌이 위로 올라옵니다.

7. 산 속의 자갈길: 작은 모래가 아래로 내려가고 큰 자갈이 위에 남습니다.




- 브라질 너트 효과는 작은 입자들이 빈 공간을 채우면서 큰 입자가 위로 올라가는 현상입니다.

- 그러나 크기 차이가 너무 크거나, 밀도 차이가 클 경우, 큰 입자가 아래로 가라앉는 역 브라질 너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홍종한 교수는 이 현상을 ‘알갱이 온도’ 개념을 이용해 설명했으며, Breu 연구팀이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습니다.

- 우리 일상에서도 브라질 너트 효과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시리얼을 따를 때 큰 견과류가 위로 뜨는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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