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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솔 Dec 28. 2021

" 보고싶은 마음 "

아주 많이.

나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었어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생각보다 긴 시간을 보냈다. 엉겹결에 만난 당신이지만, 그저 보고싶은 마음만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준비도 마치지 못했는데 마주한 당신 앞에서 나는 태연하고 싶었고, '잘 지냈어'라는 물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만나러 가는 길에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몇번이나 고민했는데 마주치고 나니까 하나도 떠오르질 않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했는데도 만남 앞에서 떨지 않었던 건 여전한 당신 때문일까, 아니면 여전히 보고싶어했던 내 마음의 탓일까. 


아주 예전에 쓰고 덮어놓았던 글들이 떠올랐다. 지우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8할이 당신이었다는 걸 알면 뭐라고 생각할까, 보여주고 싶진 않지만 알았으면 하는 얄팍한 마음이 들었다. 끝내 보여주진 않았지만 혼자서 펼쳐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때, 당신을 정말 그토록 사랑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내가 기억하는 당신이 여전히 당신이라서 좋았다. 말투나 취미나 감성이나 어느 하나 달리진 게 없는 당신을 보면서 왠지 나도 그때처럼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묘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당신은 여전히 별과 밤을 좋아하고, 따뜻한 자기 공간을 지킬 줄 알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 줄 아는 매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 이유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당신이 여전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리가 결코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이전처럼 무엇이 되었다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리는 게 두려워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예전처럼 순간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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