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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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길고 긴 일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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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서 일기를 잘 쓰지 않았을 뿐더러, 쓰더라도 짤막하게 한마디씩 하는 게 전부였는데 벌써 10월 중순을 훌쩍 넘은 것에 비해 일기장이 꽤 많이 남은 것을 보고 일기를 열심히 쓰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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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벌써 내년 일기장을 사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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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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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기장 소개를 좀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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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일기장은 올해에 썼던 일기장 브랜드에서 2025년형 다이어리로 나온 것이다. 올해에는 a5 사이즈를 썼지만, 새 일기장은 a6로 샀다. 대신에 더 두껍고, 하루에 2페이지씩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루에 한 장씩 일기를 쓰는 게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올해에 일기장 하나로 부족해서 같은 일기장을 두 권째 쓰게 된 것을 감안하여 일기를 넉넉히 쓸 수 있는 걸로 골랐다. 짧은 일기를 남기고 싶은 날에는 아마도 빈 채로 남겨놓을 것 같다. 그것도 그것대로 멋질 것 같다. 여백으로 남은 하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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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에는 어떤 것을 쓰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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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있었던 일 중에 인상 깊었던 일을 쭉 풀어서 설명해놓기도 하고. 이걸 해야겠다, 저걸 해야겠다, 다짐 같은 걸 적어놓기도 한다. 내가 쓴 짧은 글들을 옮겨서 적어놓는 날도 있고, 친구와 한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는 날도 있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을 그냥 줄줄이 적으면서, 적는 와중에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어쩌면 일기장이라기보다 낙서장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온갖 잡다한 생각이나, 별 쓸데없는 말들을 주절주절 써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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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고 다시 보기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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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써놓은 일기들을 다시 읽어보거나 감상하는 일은 대체로 없다. 뱉어놓는 것으로 끝인 모양. 첫장부터 끝장에 이르기까지 휙휙휙 넘겨보기는 한다. 가득 채워진 글씨들이 좋아서다. 내용은 아무렴 상관없다. 그날 그때의 어떤 것들이 뱉어져 있겠지, 하면서. 다시 읽어보면 왜 저러나 싶은 것들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어떤 것들은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이 없이 두루뭉술 써놔서 왜 저런 말이 튀어나왔나 싶은 것들도 많다. 어느날엔 너무 감정을 터뜨려놔서 다시 읽기가 힘들기도 하다. 그럴 때 정말 왜 저러나 싶다. 너무 쭈굴거리고 찌글거려서 읽기 싫은 점도 있는 것 같다. 너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주절주절 써놔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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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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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도 잘 쓰는 법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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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지만, 누가 알려주더라도 따라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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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꽤나 고집 센 녀석이라서 말이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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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다른 사람이 다이어리 꾸미는 영상을 보고선 참지 못하고 스티커를 왕창 질렀다. 사실 글씨가 주절주절 와글와글 북적북적 들어있는 일기장이 좋아서 스티커는 잘 붙이지 않았었는데, 영상을 보니 참 재밌어 보였다. 그냥 조그만 거 하나씩 붙여놓으면 귀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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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여보았지만 그리 귀엽진 않았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재능은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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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스티커가 왕창 생겼으니 붙이긴 할 것이다. 잘 꾸미지 못한 맛으로 보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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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시 펼쳐보는 일도 많지 않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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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기 쓰다 말고 타자가 치고 싶어서. 일기장에 주절주절 아무거나 써놓는 것처럼 주절주절 일기장에 대한 아무거나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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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대한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