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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Jan 12. 2019

잘 그린 그림 vs 다르게 그린 그림

나답게 표현하는 예술가로 살기

그림을 이제 막 보기 시작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잘 그린 그림이란 크고 웅장하며 풍경이나 사물을 아름답고 세밀하게 묘사한 그림들이었다. 

초등학생 때 '플란다스의 개'라는 만화를 좋아했는데 마지막 편에 네로가 죽기 직전에 본 그림이 있다. 그 루벤스 그림 같은 웅장한 그림들이 미의 기준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어릴 적 미술시간에 가장 많이 봤던 고전미술형식이 익숙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근대 이후의 그림을 보면서부터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아름답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이거 모야?'싶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너무 특이하고 거대해서 '멋지다' 혹은 '대단하다'라는 말하는 쪽도 많았다. 

근대 특히 현대 미술의 많은 그림에서 내가 느낀 건 그림이 아름답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뭐야, 그림은 아름다운 것 아니였나? 왜 아름답지 않은 그림을 그리는 거지? 익숙했던 완벽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미술작품들은 오히려 나의 눈과 개념을 낯설게 만들어서 피곤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림들도 자꾸 보다보니 재미난 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들보다 새롭고 파격적인 스타일에 끌리는 나도 발견했다. 


더이상 똑같이, 잘 따라 그리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잘 그린 그림보다 남과 다른 그림이 그 작가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 예술가는 나다움을 위한 고민을 해야하는 것이다. 예술이 왜 어려운 거냐고? 한 사람의 생각이 집약되어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독특하고 새로운 타인의 생각을 해설 없이 이해한다는 것도 어렵고 설령 이해했다해도 나의 생각이나 나에게 익숙한 표현방식과 다르면 쉽게 공감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아무리 봐도 아름답지 않다고 여긴 그림의 작가는 세잔과 피카소의 그림들이었다. 

세잔의 생 빅투아르산은 뭔가 그리다 만 그림같았다. 비슷한 시기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보다 세잔의 그림을 보면 왜 저 산을 20년이나 그렸다는건지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세잔에게 영감을 받았다는 피카소의 그림은 더 기괴했다. 원래는 잘 그리는데 잘 그리지 않는 척하면서 자신만의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낸 그들의 행보는 결국 미술계의 혁신을 일으켰고 그들의 이름은 계속적으로 회고된다. 



아니 예술가중에서는 아예 전문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정식 기술연마를 하지 않고 처음부터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데 노력한 것이다. 



앙리 루소는 하급 세관원으로 일하다가 40세가 넘어서야 본격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 그림은 당시의 평론가들에게 종종 비웃음을 살 정도로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아주 꿋꿋하게 자기만의 그림 스타일을 유지해온 결과 말년에는 성공적인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일본 작가 모구 다카하시도 정식미술을 배운 적이 없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만 같은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데 세계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할 정도로 인기있다. 


만약 이들이 그림을 아주 잘 그렸다면 이만큼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남들과 다른 생각과 표현을 찾는 것은 잘 그리는 일보다 훨씬 어렵다. 내가 늘 고민하는 '나는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쉽게 되지 않는다. 차라리 입시 미술을 배워서 똑같이 따라 표현하는 쪽이 쉽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이런 예술가스러운 '고집'이 필요하다. 비평가나 남들이 뭐라하건, 시대의 흐름과 다르더라도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밀고 나갈 기호지세는 많은 예술가들의 공통점이다. 

 

당장에 우리가 남과 다른 나를 표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양한 관점을 많이 접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눈과 시선은 티비 속 정형화된 아름다움에 익숙해져있다. 가끔씩 아름답지 않게 묘사된, 아주 특이한 미술들에 감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저 사람은 일부러 못생기게 그린거지? 다양한 미의 관점, 생각들에 접할 기회가 많을 수록 남과 다른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계기가 커지는 거 같다. 


잘그리고 못그리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예술이다. 그렇기에 조금만 다르게 나를 재정의하는 노력만 한다면 누구나 저런 멋진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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