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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아티스트 Nov 17. 2019

꺅. 그림 보며 설레다.

잊지 못할 첫설렘. 

한창 서양미술사개론 교양 수업을 듣고 난 뒤 미적 지식이 충만하게 차오르며 (자만했다) 자신감 뿜뿜 넘치던 당시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게 되었다. 대학 생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한 명분으로 교환학생을 지원했었는데 바로 합격이 된 것이다. 학비도 저렴했고 네덜란드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조그마한 도시는 다행이 물가도 저렴해서 요즘 방송에 나오는 짠내투어 수준으로 여기저기를 저렴하게 여행 다닐 수 있었다. 유럽의 멋진 외관, 풍경도 멋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반한 것은 미술관이었다. 한국에서도 미술관을 가보긴 했는데 무슨 특별전이 열릴 때나 다니던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걸 웬걸. 유럽의 미술관들은 규모부터가 엄청났다. 하루를 꼬박 보아도 다 보기 힘들 정도로 규모나 작품 수가 엄청났고 그 중에서는 내가 책으로 배웠던 유명 작품들이 실제로 벽에 걸려 있으니 신기하기만 했다. 그 중에는 책에 인쇄된 사진보다 정말 ‘쩐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엄청난 작품도 있었고, 또 반대로 어떤 그림은 사진의 선명함을 따라 가지 못해서 기대보다 실망했던 작품들도 있었다. 마치 TV로 보던 연예인을 실제로 보게 되면 실물보다 낫네, 별로네 말을 하듯 품평회를 하면서 그림을 보러 다니니 그저 재미있게 그림 여행을 다녔다.  

   


그 중 학생 시절 내가 다녀왔던 베스트 도시는 비엔나 이다. 깔끔한 도시,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고급 서양 커피숍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 훈베르트 바서, 클림트, 에곤쉴레 등 보고 싶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만났다는 점 때문에 1분 1초를 아끼며 돌아다녔다.그 여행 중에 내 마음에 처음 심쿵한 작품을 만났는데 나에겐 꽤나 의외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화가의 아뜰리에>라는 작품이다. 수업시간에 이 작품을 교수님이 자세히 설명을 해 준 기억이 남아서 단숨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그저 잘 그린 그림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 되었던 작품인데 막상 기대하지 못한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한날 그림이 주는 설렘을 처음으로 느꼈다.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오듯, 잘생긴 사람을 보고 홀딱 반하듯이 아주 임팩트 있게 내 맘속에 쏙 박히게 된 것이다.

     


나는 이 그림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고야 겨우 미술관에서 나왔다. 미처 비싸서 사지 못한 옷을 애써 내려놓고 가게를 나오고 난 뒤에도 눈앞에 살랑살랑 그 옷이 떠오르듯이 나에게 그 그림이 계속 맴돌았다. 원래 그렇게 아른 아른거리는 옷들은 사야 되는 거라 했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그림을 사는 구나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 그림 보는 일이 이토록 설렐 수 있는 일이라니. 이 첫설렘은 내가 그림을 계속 보러 다니는 좋은 이유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매 번 미술관을 갈 때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눈으로만 담아와야하는 아쉬운 마음은 기념품 샵에서 엽서를 사오는 것으로 대신하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엽서가 수십 장이 넘는데 나름 모아 놓은 것을 볼 때 뿌듯하니 기분이 좋다. 그림, 볼수록 설레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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