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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쟌카 Apr 09. 2020

[꿈은 늙지 않는다] 시작하는 글

29년생 서울토박이 할머니의 글들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 쇼의 비문에 새겨진 말처럼 인생의 막바지인 미수(米壽)를 바라보며 빗장 채웠던 마음의 문을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제야 활짝 열게 되었다. 나의 곁에는 늘 책이 있었고 펜과 종이가 있었건만 선뜻 글을 쓰지 못한 것은 문학, 특히 자기 성찰의 고백을 내밀하게 드러내 보여야 하는 수필 쓰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먼동이 터오는 새벽에 신문을 펼치며 하시던 말씀이 지금도 귓전을 스친다. 

"신문의 작은 기사라도 밤낮 가리지 않고 뛰는 기자의 노고가 서린 특종이며 이렇게 기사가 모아져 우리는 편안히 앉아서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책이 귀했던 암울한 일제 침략시대의 손쉬운 읽을거리였던 신문의 정치면, 사회면, 문화면을 샅샅이 뒤지며 나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러다가 결혼, 봄이면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을 보며 자라나는 오 남매를 키웠고 가을이면 붉게 물들어 자신을 불태우던 낙엽이 결국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저 자신을 관조하며 살았다.


"꿈은 늙지 않는다"를 화두로 서울 토박이가 살아낸 세월 80년을 더듬게 되었다. 그렇게 한가닥 뽑아 풀어낸 내 추억의 실타래로 이제 미흡하지만 기적적으로 한 권의 책을 엮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늘 곁에서 세심한 관심으로 격려하는 아들 내외, 딸들과 사위들 고맙네. 그리고 이 가을에 인생의 소중한 만남의 결실을 맺어 결혼을 앞둔 손녀딸의 행복한 앞날을 축복해주고 싶다.


혜운(慧雲) 박기숙


옮긴이)

작가의 꿈을 키우시다 만 80세에 신예작가로 등단하신 할머니의 글들. 첫 책 <꿈은 늙지 않는다> (문예바다 발간)에서 발췌하였다. 책은 할머니가 즐겨하시는 꽃누르미 삽화 덕에 향기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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