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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보성 May 16. 2018

If you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바깥을 바라보다 보인 하늘이 울적해 보인다.     

하늘이 울적해 보여서 내가 센치해졌는지,

내가 센치해진 탓에 바깥의 하늘이 우울하게 보이는지,

하늘이 우울한 탓에 알 수 없는 몸짓으로 나에게 그러한 공감을 주는지,

분명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이럴 때면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 감정에 스며든다.

빗물이 흙바닥에 스며들 듯이 말이다. 그리고 비 오는 날 보통의 사람들이 너를 떠올리듯 나도 그런 흔한 너를 떠올린다. 또 잠시 그것에 잠겨 있다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너라면     


가령,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라면, 너는 그 책의 페이지를 되돌려 우리가 함께 있던 그 페이지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 만약 나라면 너와 함께하는 페이지를 이 책의 결말로 만들고 싶어서 네가 지나간 이후의 페이지를 과감히 찢어버릴 수 있을까?     


빗물이 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채 그 곁에 머물러 있다.     

아니, 빗물이 바닥에 스며들지 못한 채 그 곁을 방황하고 있다.       

                       

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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