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잔잔하고, 평온한 무늬의 사랑도 있다
나에게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그 잔잔함이 얼마나 깊은 사랑인지 알려준 사람은 남편이다.
불타는 사랑만이 전부인 줄 알았을 때, 남편을 만났고 매일매일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남편은 정적인 사람이었고, 안전지향적, 방어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애감정의 폭이 크지 않았고, 연애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적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사랑하고 연애하는 게 맞나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한참 후에 알게 된 '사랑'에 대한 남편의 정의는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무엇을 하든, 일단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랑.
자신보다 내가 잘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기뻐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처음은 2010년도에 시작했고, 2018년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 대학교 같은 학부의 사람과 결혼하게 될 줄이야! 처음엔 정말 이게 맞나, 이렇게 하다 헤어지면 어떻게 하지 걱정을 얼마나 많이 했었는지. 그 마음을 알아서일까 연애를 시작하고 50여 일 동안 매일같이 만나 사소한 이야기부터 미래까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사귄 지 2주도 안된 어느 날 그는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당시 결혼이 부담스럽고 자신이 없었다.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고, 손잡고 같이 경험하자'라고 말해준 사람.
내가 잘하는 일을 저지르고, 새로운 것도 해보고, 관심 있으면 도전하고, 떠나고, 배우고, 다 해보라고 했다. 자신은 겁이 많아서 그렇게 살아보고 싶지만 용기가 없다고 한다. 자신이 지지해 줄 테니 큰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되, 자신이 곁에 계속 있으면 참 좋겠다고 말한 사람. 이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긴가민가했던 마음은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지금까지 7년의 연애기간 동안 그것 하나만 바랬고, 정말 나의 든든한 땅이 되어준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훌쩍 떠나고 싶을 때는 함께 떠나기도 하고,
내가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혼자 있도록 배려해 준다. 그날의 그 짧은 대화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 살아간다.
어느 날 나만 이렇게 자유로이 살아가는 것 같아 남편에게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자신은 안다며.
그런 남편의 곁에서 더 좋은 사람이자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가고 싶다는 꿈을 꾼다.
나만 알던 사랑에서 이제 한 사람이 더 들어와 새로운 사랑을 알려줬다. 남이 행복한 게 더없이 좋을 수도 있는 사랑. 내가 주고 싶은 것만 주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남편을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