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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일잘러를 더 똑똑하게

AI가 업무에 끼치는 영향

by OOJOO

AI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효과는 공평하지 않다. 최근 하버드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AI 도입 시 숙련된 전문가들은 기존보다 최대 40% 이상의 업무 성과 향상을 보이는 반면 비숙련자는 기본적이고 단순한 작업에서만 제한적인 개선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일부 복잡한 작업의 경우 오히려 성과가 저하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즉, 원래 일 잘하던 전문가가 AI를 활용하면 기존보다 성과를 크게 높이는 반면 저성과자에게 AI는 부분적 도움만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업무 역량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이 AI를 잘못 이용할 경우 되려 결과물의 오류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AI가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기존 능력을 증강해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는데 AI를 도입한 숙련자들은 AI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전문성으로 보완하며 더욱 정교한 성과를 낸다. 반면 저숙련자나 초보자는 AI의 출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 오류를 수정하거나 고급 작업으로 연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MEDR의 최근 연구 역시 이 현상을 뒷받침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에서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들이 익숙한 코드 작업에 AI를 활용했을 때 오히려 19% 속도가 느려지는 반면 초급 개발자는 일정 부분 속도가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AI의 제안을 세밀하게 검증하고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AI는 전문가의 역량을 배 이상 높여주는 것만은 아니다. AI는 또한 사용자의 업무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즉, 특정 전문 영역에만 국한되었던 사람이 AI를 통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로 능력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일반 사용자들은 기존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업무나 기술적 작업을 더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어 비전문가더라도 여러 영역을 결합한 통합적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즉, 모바일 앱을 기획하는 기획자가 이전 같았으면 웹페이지 디자이너와 서버 개발자, 앱 개발자 그리고 UI 기획자 등과 협업을 하면서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이제 아이디어를 가진 기획자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UI 개발 등에 특화된 AI를 활용해서 보다 완결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AI는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비전문가의 업무 능력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Salesforc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스크톱 사용자 3명 중 1명 이상이 AI를 사용하며 이들 중 96%는 자신이 부족한 역량을 AI를 통해 보완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AI는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콘텐츠 제작, 전략적 보고서 작성과 같은 복잡한 업무 수행에서 비전문가의 생산성을 최대 64%까지 높이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디자인 영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활발하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서는 과거에는 그림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이모티콘 제작에 일반인도 뛰어들고 있다. 즉,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해 일반 기획자나 그림을 전공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작가로 데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그대로 제출할 수는 없지만 이를 참고 이미지로 활용하고 리디자인 과정을 거쳐 최종 이모티콘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웹툰 제작도 마찬가지다. 오노마AI가 출시한 '투툰(Toontoon)'과 '패뷸레이터(Fabulater)' 같은 플랫폼은 기획자나 일반 창작자가 AI의 도움을 받아 컷 구성, 시각화, 스토리보드 제작을 빠르게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사례에서 비전문가들이 이 도구를 활용해 기존 대비 제작 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고 제작 비용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냈다. 영상 제작 영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다.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 SF 시리즈 'El Eternauta'의 핵심 장면을 AI 기반 VFX 기술로 제작했다. 과거였다면 고가의 예산과 수십 명의 전문 촬영팀, VFX 아티스트, 세트 제작 인력이 필요했을 장면이지만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단시간에 고품질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즉, PD 한 명이 연출·기획·비주얼 구현까지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1.png ChatGPT를 통해 생성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image.png Genspark를 통해 생성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이처럼 전문가에게 AI는 더욱 역량을 증강시켜줄 뿐 아니라 할 수 있는 업무를 더 넓게 확장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AI 시대의 미래 일자리는 AI를 얼마나 현명하게 더 깊고 넓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AI는 사용자의 활용 수준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며 다양한 용도로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무력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AI 기술 자체를 배우는 것 이상으로 AI와의 협업 기술을 연마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AI는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과 비전문가에게도 더 넓고 깊은 업무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다만 AI가 제공하는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AI 활용 리터러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저자가 집필한 AI 관련 필수 기초 상식을 정리한 'AI 상식 사전'

AI 개념과 사례를 통해 우리 일상과 사회, 기업에서 AI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대학생, 취업 준비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와 직장인, 경영진을 위한 교양 상식을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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