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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일규 Jan 02. 2019

무조건적 정신질환자 범죄 강력 처벌 안 돼

정신질환자 범죄 강력 처벌 이전에 사회적 연계망부터 구축해야

임세원 교수 추모하는 의료진 뒤로한 장례식장 모습 / 출처 : 오마이뉴스

  고 임세원 교수는 지난 12월 정신과 환자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글로 올린 바 있다. 이 글에서 임 교수는 “각자 다른 이유로 자신의 삶의 가장 힘겨운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한가득 입원해 있는 곳이 정신과 입원실”이라며 “보다 객관적 상황에 처해 있는 관찰자 입장에서는 그 중에서도 정말 너무 너무 어려운, 그 분의 삶의 경험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혹함이 느껴지는, 도저히 사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2일 고 임세원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 씨도 “유족의 뜻은 귀하고 소중했던 우리 가족의 자랑이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 씨는 정신질환자 범죄의 강력 처벌 문제에 대해서도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자신의 진료권 보장과 안위를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질환을 빨리 극복하기를 동시에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신과 전문의가 배치되어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는 대체로 10여분 짧은 면담과 그에 따른 약물처방에 그치고 있다. 사회적 낙인이란 정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2~4주 간격으로 만나는 담당 전문의 의사를 10여분 면담해서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과 미국은 우울증을 앓는 가족이나 지인이 있으면 응급구조대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우울증을 감추지 않고 적극 치료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해외 유명 스타들이 정신질환 관련 사실을 쉽게 밝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있다.

 지난 2017년 12월 우울증으로 만 27세에 자살을 선택한 아이돌그룹 샤이니 종현 씨가 작사한 ‘한숨’이란 곡에는 세 차례 반복되는 노랫말이 있다.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우리는 정신질환자 범죄 강력 처벌을 논하기 전에 누군가의 무거운 숨을 헤아리고 안아줄 수 있는 사회적 연계망부터 구축해야 한다. 최근 잇따르는 정신질환자들의 사건·사고들을 바라보는 데 있어 그들만 탓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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