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선거구획정도 획정시한 넘길 듯…선거구획정위 권한 확대 필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구(지역구)획정을 다음 국회의원 선거일 1년 전까지 획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간(16대~20대) 선거구획정은 선거일 37~65일 전에서야 정해져왔다.
이로 인해 원외인사와 지역구 통폐합 등 변동사항에 해당하는 현직의원들은 선거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선거구가 늦게 획정될수록 원외인사 등은 선거운동의 한계 및 출마지역 결정 지연을 매번 겪어왔다.
2020년 4월 15일에 이뤄질 21대 총선 역시 과거의 늑장처리를 그대로 답습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총선은 선거구획정보다 선거제개혁 협상이 더 이슈가 되어있으며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국회법 제85조의2) 처리를 논의하고 있으나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다고 한들 늑장처리는 자명한 사실이다.
국회법 제85조의2 3항에 따르면 “위원회는 신속처리대상안건에 대한 심사를 그 지정일부터 180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고 되어있다. 일명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키면서 주된 내용 중 하나였던 안건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제도 도입의 결과물인 신속처리안건이 선거구획정에 있어서는 오히려 공직선거법 위법 행위를 합법화하고 선거제도 개혁의지 약화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의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획정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13개월 전인 오는 15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범하고도 선거구획정안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획정위는 지난 1월 14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2월 15일까지 국회의원징겨구 정수 등의 선거구획정기준 확정을 요구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획정위는 2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매번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선거일에 임박해 선거구를 획정했던 전례가 내년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회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없을 경우 조속한 선거구획정안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도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가 의원정수를 정하지 않는 이상 획정위의 활동은 사실상 뇌사상태일 수밖에 없다. 선거 때마다 선거구획정 등에 있어 독립된 기관이 모든 과정을 집행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구획정은 정치인들의 사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대표성 실현은 어려워진다. 획정위가 국회에 요구하는 의원 정수 결정부터 국회가 하지 않으면 획정위가 선거구획정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6년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에 있어서도 인구 편차가 2대 1이 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농어촌지역구 배려라는 동전 앞뒤 모습을 다 맞춰주느라 지역구를 늘이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호주의 획정위는 선관위에 소속되며 연방선거법 제62조에 따라 획정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선관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응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시민 의견 수렴을 강행규정으로 담고 있다. 의회는 획정위의 결과물을 제출받지만 거부 또는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한국의 획정위는 개혁을 위해 갈 길이 많다. 확실한 권한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높은 자율성만큼 높은 중립성을 갖춰야 한다. 국회가 획정위 안을 무조건 수용하게 하는 무소불위의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획정위를 상설화하고 심의기간을 1년 이상 두고 선거 1년 전까지 확정안을 제출하도록 하되 의무 불이행 시 획정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