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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태일 Jan 17. 2023

육아는 미친 짓이다

단아랑 아빠랑 ep.08

하루의 시작

아이의 배꼽시계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는 휴대폰을 침실에 놔두지 않는다. 딸이 알람 소리에 깨는 사태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밤은 노심초사하다. 아이는 보통 자는 시간과 깨는 시간이 일정한 편이다. 오후엔 최대 2회 정도의 낮잠을 자는 편인데 밤에는 한 번 자면 거의 9시간에서 10시간 정도의 통잠을 잔다. 중간에 깨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얘기를 주변에 하면 정말 복 받았다라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덕분에 '육아 퇴근'이라는 가정 내 복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내와 '육퇴' 후 한 잔 하는 재미가 너무 쏠쏠하다. 글도 쓸 수 있고, 한 잔 할 수도 있고, 예능을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딸은 보통 10시에 취침을 한다. 엄마 품을 떠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내가 '쉬~쉬~' 백색소음을 들려주어야 하고, 아내는 육아 통증을 참으며 아이를 안은 채로 재우고 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8시 즈음 딸 단아는 번쩍하고 눈을 뜬다. 그리고는 엄마를 깨우고, 아빠를 깨운다. 그냥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깨우는 거다. 기특하면서도, 신기하다. 알람이 필요 없는 정확한 '배꼽시계'가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의 육아 일상은 시작이 된다.




오늘은 뭐하고 놀까?


창업 후 조금은 여유 있게 출근을 했지만, 최근엔 각성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아내가 주간엔 독박 육아를 하게 된다. 안쓰럽지만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선택이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매일이 고민이다.


오늘은 뭐하고 놀지 단아야?

돌이 되기 전에 아이의 신체적 발달과 두뇌 활동은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이기 때문에 보통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인데, 아내와 나는 나름대로 극 외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고, 흥이 많은 편인 부모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매일 아이와 산책을 하거나, 돌아다니기를 즐긴다. 사회성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더 많은 것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문제는 집 안에서의 '놀이'가 조금은 어려웠다. 우리도 사실 즐거워야 하는데 아이랑 놀아주는 게 항상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이는 보통 엄마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웃기도 하고, 젖병을 들기만 해도 활짝 웃는 편이긴 하다. 그만큼 단순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아이의 성장 발달에 따라 필요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하는 각종 육아 놀이법을 통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공부를 해가며 여러 시도를 해보는 과정을 겪고 있다.


베이비 싱크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소면을 삶아서 아이와 촉감 놀이를 한다. 최근엔 유기농 두부를 삶아서 아이 스스로 으깨고, 부수며, 먹기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아이템들은 많지만 매일이 다르고 아이는 지속적인 새로움이 필요한 건지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서 지루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엄마 아빠의 부담이 생긴 거였다.

@딸이랑 단아랑



몸으로 말해요.


우리 부부는, 정확히는 '아내'는 남편보다 조금 빠르게 지치는 편이다. 보통 몸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육아는 루틴이며, 반복이다. 아이가 자고 일어나면 분유를 먹거나, 기저귀를 갈거나, 아니면 대부분 돌아다니기 때문에(네발기기 중) 다치지 않기 위해서 계속 따라다니거나, 베이비 존에서 함께 놀아야 한다. 이때 가장 많은 에너지가 사용이 된다. 


책을 읽을 땐 결코 '평범한 인간의 언어와 톤'을 사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수 가지의 동물들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고, 서로 다른 말투, 언어, 심지어 외계어까지 연구를 해야 한다. 굴삭기도 말을 해야 하고, 곰도, 세모 도형도 말을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왔을 때의 일이다.

아내는 아이와 신나게 놀고 있었다. 여전히 구연동화 수준의 캐릭터 연기에 몰두했다. 잠시 후엔 노래를 틀고, 이상한 아저씨 춤을 추며 딸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해서 애를 썼다.


미치지 않으면 절대 안돼


1000% 공감하는 말이다. 육아는 스스로를 내려놓아야 하고, 미쳐야 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열정을 쏟아부었던 적이 있던가 할 정도니까 말이다. '몸'이 미쳐야 한다는 거다. 성인 어른보다 훨씬 작은 아이지만 딸의 신체적 에너지는 결코 가늠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 '잠'이 오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갈구하니까 말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가 클수록 점점 미쳐가고 있다.


재능이 있는 건 아니어서인지 몰라도 '춤'은 항상 똑같은 춤이며, 말도 안 되는 몸 짓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신혼에 푹 빠져 지낼 때도 흥이 많은 터라 '춤'이 빠지지 않았다. 서로의 아저씨 같은 발놀림에 경악을 하면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결혼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웃고 떠들고 있다.


서로의 춤과 노래, 연기에 몸과 마음까지 지칠 때가 있지만 '행복'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즐거운 일상이었다. 엄마 아빠가 몸과 마음을 바쳐 서로에게, 그리고 아이의 순도 100% 찐 반응은 결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리워드였던 셈이다. 


육아는 '미친 짓'이다.

육아는 '미친 짓'이어야 한다.

엄마와 아빠의 본캐는 내려놓고, 새로운 부캐를 연구해야 한다.

특히, 몸으로 다양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단아랑 아빠랑

오늘도 나는 퇴근 후 '동물원 속 북극곰, 원숭이, 고릴라, 사자, 코끼리, 바다사자'를 연기했다. 딸 단아는 틈틈이 '헛웃음'을 날리긴 했지만 아내는 '꽤 잘하는데!'라는 피드백을 주방에서 가볍게 날려주었다.



우리는 왕조시대

왕조시대 Jr. 단아를 응원합니다.

instagram, @baby.wangjo.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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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agazine/imfather2 ep.01~ep.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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