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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뚜왈 Feb 04. 2024

눈 내리던 날

 

눈 내리던 날


세상에서 태어나서 가장 먼저 본 사람, 

가장 먼저 배운 말 “엄마”를 이제 곁에서 떠나 보내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매일 아침식사와 인슐린 주사, 약은 아내가 챙겨드린다. 


옆에서 지켜보아야 식사가 가능하시다. 

벌써 1년도 넘은 것 같다. 얼굴표정은 1년전과 지금이 너무 차이가 난다. 

코로나 시기 외부 출입을 못하시면서 눈에 띄게 않좋아지셨다.

나는 양치와 산책 담당이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좋아하시는 유튜브 채널을 보여드린다. 


고향인 강원도 정선을 소개하는 프로를 가장 좋아하신다. 

꿈에서도 가 보고 싶으신 그 곳이지만 지금은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실지 염려되어 못하고 있다. 

영하의 추운 겨울이지만 매일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 산책을 해드린다. 


지금은 매일 데이케어센터를 가시지만 요양원에 모셔야 할 날이 다가오는 것 같다. 

이 날도 여느때처럼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집에 돌아오니 창 밖은 온통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강원도 정선도 눈이 참 많이 내리는 시골이다. 성인이 되서는 거의 울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내리는 눈이 마치 내 눈물처럼 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를 보내고 있다. 

당시 나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이다. 

그 책의 이런 구절이 생각난다.

 “내가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곧 어머니를 곁에서 떠나 보내드려야 하는 나는 순백의 고요한 세상속으로 떠나 버리고 싶은 날이었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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