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15일 차
Q. 내 삶의 어떤면에서 그냥 견디기만 하고 있는가?
1. '그냥 견디기만 하다'라... 첫번째로 생각나는 것은 가족문제다. 가족이라고 할 사람은 엄마밖에 없으니 엄마와의 관계 문제. 엄마와의 갈등.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엄마가 화를 낼 때, 자기혼자 극단적인 상황을 상상하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 그로인해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불안감을 조장하거나 등) 그리고 제일 심각한 부분... 생각만해도 숨이 안쉬어질만큼 답답한 문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틀렸다며 화를 내고 사람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 이 때는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을 감고 소리를 지르며 허공에 단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과 비슷하다. 정말 언니도 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냥 그 당시에는 받아들이고 이후부터 엄마를 피하는 것이 답이다. 그러고 슬금슬금 다시 우리가 필요해서 우리곁을 찾을 때면 정말 화가나지만 또 엄마라는 이유로 기회를 준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대립하며 집을 나가보기도하고 언니는 경제적 지원을 끊기도해봤지만 아무소용이 없다. 엄마의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견디기만 하고있다. 그럴때면 자동적으로 위축되고 겁이나고 두렵고 숨이 잘 안쉬어진다.
2. 그리고 학교. 학교 수업은 엄마와의 문제와 결이 다르다. 학교 수업은 사실 재밌고 흥미롭고 내가 하고자하는 바로 그 공부다. 하지만 수업에 참석하기 싫다. 수업을 듣기 싫고 수업에 참석해도 집중이 잘 안된다. 수업이 끝나서는 그 과목을 공부한다. 참 답답하다. 노력하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의식하지않고 긴장을 풀 면 바로 집중이 흐트러지고 이 시간이 흘러가길 바라고 교수에 대한 원망이 생기고 다른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이러면 안 좋은 성적과 흐트러지는 일상 그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를 그냥 존x 참고있다는 느낌이 든다.
3. 지금은 일상이 안정되고 정리되어 견디는 것이 별로 없다. 사실 하는 일이 많지 않다.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하루종일 공부하고 집에와서 자니까. 견디는 것은 없다. 하는 공부도 재미있고. 낮은 층위의 견디기를 극도의 수동성에서 약간 떨어진 0의 지점 능동성은 다소 결여돼있지만 결코 위의 문제와는 같지 않은 층위를 생각해보면 운동과 식습관 인간관계가 있다. 운동은 사실 아직도 즐겁게 마음을 내어서 가기가 어렵다. 가서 즐거움을 찾기보다는 부족함을 느끼고 오기 때문인 듯하다. 폭식과 단식을 오고가는 식습관도 혼자있으면 아무 생각이 안들고 같이있으면 즐거운 마음에 폭식을 한다. 이 부분에서도 아직 어떻게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안든다. 식습관과 운동은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식습관이 단순하고 깔끔해지면 운동에너지에도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는 어렴풋한 감상이다.
4. 그리고 인간관계는 늘 을의 입장이 된다. 나는 그들을 너무나 원한다. 너무 같이있고 싶고 인정받고싶고 그런 기저를 차치하고서라도 너무 너무 사람이 좋다. 그들의 이야기를 밤새도록 듣고싶다.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매 순간을 같이하고싶다. 하지만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약속을 다녀오고나면 섭섭함이 올라오고 약간의 불안도 느낀다. 내가 부족한가? 하는 생각부터 혹시 오버해서 반응하거나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는 않았을까. (상대가) 불편해서 그랬나?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인간관계에서의 개운함이 없으니 이제는 관계를 피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든다.
4-1 사랑받고 싶은 마음 거부당하거나 소외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저다. 어제 다녀온 술자리에서도 한번 욱 한일이 있었다. 나는 고대하고있었던 단체(4명)약속을 한 동생이 참여할지 안할지 고민중이라며 내 입장에서는 말도안되는 핑계를 대기 시작해서 버럭 화를 냈다. 정말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고 더불어 순간 나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봤다. 그친구가 워낙 약속을 잘 깨고 내가 그에게 신뢰가 없다보니 '역시나,,'하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내가 원하는 이미지 상에서 그가 빠지면 부족하기 때문에 만족이 안되기 때문에 화를 낸게 더 크다. 내 머릿속에는 완전한 하루의 이미지가 그친구가 빠짐으로 인해서 재미가 없다거나 어색하다거나 등의 부정적 감정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에 화를 냈다. 그리고 약속에 참석하기 이전에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참석했을 때를 상상하며 이미지를 설정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안 이루어지면 실망하는 경향이 있다.
4-2 생각하다 보니 이것도 엄마의 모습이다. 어느 자리에 가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와하하~! 하고 혼자 나가버리거나 하는 행동. 자기가 그 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자괴감이 드는거고 그자리에서는 아니겠지만 분명 약속이 끝난 후 아니면 집에 와서 돌이켜보면 소통이 되고 있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에 부끄러움이 올라온다. 아. 그렇구나. 인간관계에 적극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나'를 각인시키고 싶기 때문에 부끄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