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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사업가리싹 Apr 12. 2024

제03장. 가장 이상적인 시장은 구매력 있는 시장

가장 이상적인 시장을 선별하는 데에 있어 두 번째 요소는 바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다. 고통이 충분히 있는 소비자들에게 정말 좋은 서비스나 상품을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어도, 그들이 결국 내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할 여건이 안되는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도 감안해야한다.


이번엔 필자의 사업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필자는 헬스장에 AI 자판기를 도입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우리 비즈니스의 제안은 '헬스장에 스마트 AI 자판기를 도입하면, 회원들도 좋아할거고, 헬스장 사장님도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거다'라는 점이며, 부가적으로 일반적인 자판기가 아니라 AI 자판기라는 부분에서의 어필 포인트는, 소비자가 자판기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제품을 몇 개 사갔는지 자동으로 파악하여 실시간 재고 파악 및 재고 소진 알림을 저희에게 보내줌으로써 제품소싱에서 재고관리 그리고 정산까지도 다 우리 PX24가 알아서 다 관리해주기 때문에 헬스장 사장님은 그냥 가만히 계시면 돈을 번다라는 편의성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어필한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우리의 제안이 상당히 괜찮아보일 수 있다. 그냥 논리적으로 '그럴싸한데?'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알렉스 호르모지의 가르침을 접목시키면 사실 우리 PX24의 AI 자판기 사업은 황금 제안에서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우리의 소비자가 '고통'이 상당해야한다는 점부터 살펴봐야한다. PX24의 고객은 누구인가? 헬스장 사장님인가? 일단 그렇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헬스장 사장님은 과연 자판기가 없다는 점이 그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고 있는 상황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자판기가 줄 수 있는 가치는 (1) 회원 복지 (2) 부가수익인데, 1번의 경우에는 헬스장 사장님 입장에서 그렇게 큰 고통 혹은 고통의 해소 요소가 아닐 것이며, 2번의 경우에는 헬스장의 수익 구조 자체가 헬스장 회원권과 PT로 대부분의 수입을 벌어들이는데 (유효회원이 500명 정도 되는 중형 센터라 하더라도 회원권과 PT 수업 매출만으로도 월 매출이 1억원 이상은 충분히 됨. 그렇지 않으면 망함), 자판기 한 대 도입한다고 해서, 음료 팔아봤자 매출이 한 달에 100만원~200만원 정도 더 늘어나는 것이 고작이고, 심지어 헬스장 회원권이나 PT 매출은 수익률이 좋은데 음료 팔아서 발생하는 수익은 매출 대비 수익률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더욱이 2번 (부가수익 창출)이라는 메세지가 와닿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일단 이전 글에서 얘기했던 '고통'적인 부분에서 헬스장 사장님들은 탈락이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결코 회원들의 복지를 어떻게 하면 더 개선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아닐테고, 만약 그들의 고통 포인트가 '수익 개선' 혹은 '부가수익 창출'에 대한 니즈라고 하더라도, 그 니즈를 결코 AI 자판기를 도입한다고 해서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얘기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 다루는 '구매력'적인 부분에서 또한 걸린다. 즉, 헬스장 사장님들은 생각보다 돈이 없다. 이는 필자가 수십수백곳의 헬스장 사장님들 헬스장 지점장님들과 대화를 해보고 필드에서 영업을 해보며 피부로 느낀 부분이기 때문에 나름 일리가 있고 정확한 의견이라고 믿어도 된다. 헬스장 하나를 차릴 때 발생하는 비용 (임차 보증금에서부터 인테리어 및 시설 장비 등의 모든 비용)은 수억원을 넘는다. 프리미엄 센터는 심지어 십수억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 헬스장 사장님이 장만한 돈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결코 자산가가 아니다. 오픈 세일이라는 방법을 통해, 그리고 캐피탈사를 껴서 기기를 장만하는 방법 등을 동원하여, 사실상 그들의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회원권 사전 구매'라는 방법으로 회원들의 돈을 모아서 자금을 마련하기도 하고, 캐피탈사의 자금을 빌려 장비를 리스로 장만하는 경우가 99%이다. 그러니, 이들이 800만원대의 우리 PX24 AI 자판기를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 상태가 여유로울거라는 기대는 안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필자는 처음에 이 비즈니스에 뛰어들었을 때는 이러한 헬스장 창업 배경을 몰랐기 때문에 사장님들이 쉽게 자판기를 구입해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구매력이 생각보다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는, 타겟 소비자를 바꾸는 전략을 세우게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타겟 소비자를 헬스장 사장님으로 했지만, 이제는 타겟 소비자를 '투자할 상품을 찾는 잠재 투자자'로 바꾸었다. 그게 은퇴한 중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느 정도 자금을 모아서 고정 수입을 창출하고 싶어하는 청년일 수도 있을 것이다. PX24 자판기 한 대를 도입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800만원이니, 800만원 정도를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시켰다. 물론 자판기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수익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식으로 기획을 했다. 반대로, 헬스장은 그저 자판기를 갖다놓는 '장'이라고만 고려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만약 투자자 A가 800만원을 투자해서 투자하겠다고 하면, B 헬스장에다가 설치하는 걸로 하고, 헬스장에다가는 최소한의 자릿세와 전기세 (월 10만원 내외) 정도만 주고 설치한다. 헬스장 사장님께 주는 메세지는 '회원들의 복지 목적'으로 일종의 편의 시설을 공짜로 설치해주겠다는 제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800만원을 투자한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만약 자신이 투자한 기기가 월에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낸다고 가정할 시 (이 숫자는 PX24가 실제로 1년간 테스트 운영하면서 검증한 숫자이다) 이것저것 따지고 나면 한 달에 30만원 정도의 수익은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걸 12개월로 곱하면 연수익이 360만원, 즉 투자금 대비 45%의 연수익률을 자랑한다. 물론, 투자자가 투자한 기기가 설치된 센터에서 헬스장 회원들이 그만큼 자판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연수익률은 25% 정도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시중에서 많이 홍보하는 '부동산 투자'와 비교했을 때 1억을 투자해서 원룸을 임대한다고 해봤자 월세 50만원(연 600만원)을 받을까 말까할텐데 거기서 취등록세도 내고, 재산세도 내고, 더 나아가서 세입자를 구할때마다 내야하는 부동산중개수수료와 입주 및 퇴실 청소비, 벽지 새로 도배 등등의 비용까지 다 따지면 연에 500만원도 남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계산할 시, 연수익률이 5% 남짓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론? 원룸이나 오피스텔 호텔 등과 같은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는 절대 해선 안되는 쓰레기다. 위에 나열한 모든 비용 없이 수익률이 거의 10배에 달하는 상품이 바로 PX24 AI 자판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 이러한 메세지로 홍보한다면, 분명히 관심을 가질만한 투자자는 충분히 모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며, 반대로 헬스장 사장님들 입장에서도 어차피 이걸로 수익을 낼 생각이 없었고 그냥 공짜로 놔준다고 하는 데에다가 소정의 자릿세와 전기세까지 낸다고 하면, 그걸 마다할 헬스장은 없을 것일테니,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는 각자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하여 계속해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할 것이다: '내 소비자는 내 서비스/상품을 구매할 정도의 구매력이 있는 자들인가?' 그리고 만약 그에 대한 답이 '아니다' 라면, 꼭 서비스/상품 그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나의 '황금 제안'이 타겟하는 그 대상이 바뀌어야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상품을 완성해서 출시해봤자, 구매력이 없는 사람에게 제안하는 것은 결국 미련한 행동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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